"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인디언 속담 동백꽃의 노래 동그란 꽃망울 봄바람에 눈 뜬 봄날 아침백 년의 봄을 살아도 붉은 가슴 그대로꽃 송이 가득 노랫소리 길 따라 번져가네. 기쁘게 살라며 꽃샘 바람에도 한들한들겨우 사나흘 붉자고 지난 봄부터 뒤척이더니"그대 지금 기쁘게 살고 있나요?"동백꽃이 물었어요. 한 세상 붉었다가붉은 심장 다 주었으니나, 이제 기쁘게 돌아갑니다.
2023년 제4회 강항문화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 국제선비한복모델선발대회’, ‘대한민국 강항 문예제전’, ‘강항의 노래’콘서트(가·무·악대회), ‘강항, 승리의 역사를 쓰다’ 공연 등을 개최한다고 2월 8일 밝혔다. ‘대한민국 국제 선비한복모델 선발대회’매년 개최되는 강항문화제의 백미(白眉)는 당연히 대한민국 선비한복대회로 평가받는다.강항이 심의(深衣) 즉 선비 옷을 왜(倭)의 수제자인 순수좌(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전수하여 마음가짐이 어떤 의복을 착용하느냐에 대한 심성의 중요성을 익히 알렸기 때문이다.☯ 참가자
멸치이상인 더러 초장에 대가리 처박혔다가누군가의 혀끝에서 잘근잘근 씹히기도 하고다디단 양념에 발려 뜨겁게 볶이기도 하지만내 무한정 헤엄치던 사랑과 열정푹 우러나와 맛을 내는그리하여 그대들의 뭉친 속을 시원하게 풀어내드디어는 불끈 힘주어 일어서게 하리니 부디 날 업신여기거나하찮게 생각하지 말아다오그대들도 어차피 그런 생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매화나무가 꽃을 피워보는 까닭이상인 몸을 피워보는 거다.자신의 팔과 어깨 여기저기가 괜찮은지봄이 되면 점검해 보는 거다.그러니까 꽃은몸이 아직은 살만하다고 보내오는밝고 여유로운 신호. 겨우내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가 자신이 살아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봄날나 깨어있다고 널리 알리는 것 따뜻한 봄 속에 우뚝 서 있다는 환희에 찬 목소리 혹은, 봄날 환하게 불 밝혀 놓고당도할 기쁜 소식 하나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원을 맞춰보세요이상인 새해 새 아침처음 뜨는 해를 보려고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추위에 호호 불며저마다 소원 한 가지씩 가슴에 품고 기다렸어요. 드디어 밝고 둥근 꽃이활짝 얼굴을 내밀었지요.그때 나도 소원을 빌었는데요무슨 소원이게요?
새해 새 아침 그대에게 -2023. 꿈꾸는 전남교육- 이상인 동트는 새해 새 아침 우리 맑은 눈망울로 깨어나 함께 손잡고 걸어가고 있네. 그대 만나고 싶은 마음에 새벽까지 출렁이던 푸른 파도 소리 오늘은 가르침이 처음 시작된 날 비로소 사랑을 깨달은 날 우리 넘어지면 함께 손잡고 일어나 어깨 펴고 곧게 일어나 그대에게 가고 있네. 그대를 생각하다 보면 늘 새날은 밝아오고 우리가 그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함께 어울려 한바탕 신명 나는 춤이라도 춘다면 이 땅은 아름다움으로 이름 지어질 것이고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눈웃음이 참 깨끗한 아
늦은 가을비 반성문 이상인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린다.내리는 늦은 가을비를 따라서또 가을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내리고 내리니그럼 군소리 말고 함께 내리자고손에 손을 잡고 덩달아 내린다. 나도 따라서 하염없이 내렸는데더 내려야 하나보다 늦게 뉘우치고또 하릴없이 내린다. 요즘은 반성하고 또 반성해도반성할 게 왜 이리도 쌓였느냐고한참을 투덜대다가 반성하며 또 내린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시집 『해변주점』
김장무 이상인 무를 쑥쑥 뽑는다.뽑은 자리가 둥그렇게 텅 비었다.귓바퀴를 때리던 찬바람이 휭하니빈 구멍을 후비고 나온다. 그곳은 무가 살았던 집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아름다운 자리,씨앗 하나가 묻히고 싹이 자라고튼실한 무로 자리 잡았던 흔적. 어느 날 갑자기누군가 나를 쑥 뽑아갈 때문득 뒤돌아보면내가 박혀있던 이승의 한 부분이잠시 기우뚱할 것만 같다.그 외로운 큰 눈 하나가오래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오동꽃이상인 그리움은 깊을수록 아름답다.제 적묵한 뼛속에서 오래 묵을수록은은한 향기가 살로 터진다. 오! 해마다 덧나는 추억들을스스로 애무하며 치유하는저 자줏빛 입술들 치유된 그리움은 저렇듯더 큰 그리움들을 불러내 장엄하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동시집 『민들레 편지』 - 제5회 송순문학상, 우송문학상
풍경 (風磬)이상인 적멸보궁을 돌아나오자머언 하늘 가에서 노 젖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고개 들어 찾아보니버들붕어 두어 마리종소리를 울리며마지막 이승을 건너고 있었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동시집 『민들레 편지』 - 제5회 송순문학상, 우송문학상 수상. 진상초등학교장.
마라도 여자이상인 천년의 세월이 흐른 줄도 모르고날마다 시퍼런 파도 위를 떠다니는 여자 나라에 난이 일어났다는 풍문에배 타고 떠나간 그이는 돌아오지 못하고바다에 누워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자나라가 몇 번을 일어섰다가 스러졌다는데지금까지 낯익은 배 한 척 돌아오지 않고출렁출렁 바다가 되어 가고 있는 여자 뭍에서 사람들이 다투듯 몰려들어그녀의 무릎을 밟고 올라도아직도 젖어있는 둔부와 젖가슴을 밟고 지나가도꼼짝하지 않고 북천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 북두칠성 머리맡을 짚어가며인제 그만 깨어나라고 제발 일어나라고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갈매
수평선이상인 해당화가 고운 홍련암에서축 늘어진 수평선 양쪽을 잡고팽팽하게 당겨본다.힘껏 당기다가 툭, 끊어질까 봐슬그머니 놓아주었다.수평선이 끊어지면 다시묶어 놓기가 겁나 힘들 것이다. 그대들도 인연의 줄함부로 팽팽하게 잡아당기지 말아라한순간 툭, 끊어지면애써 다시 잇기 힘들어진다.
감사하다는 말이상인 우리 할머니 텃밭에 오이 딸 때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서너 개 고추 딸 때도 가뭄에 무더위에 야무진 고추를 매달았구나 힘들었지, 고생했어요. 온 가족 삼겹살 먹으려고 상추와 깻잎 딸 때도 미안해요, 잘 먹을게요. 우리 할머니께서 땀 흘려 가꾼 텃밭이지만 그저 감사하다는 말 입에 달고 사신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
나는 무슨 꽃이야!이상인 엄마, 나는 무슨 꽃이야!노란 민들레지 아빠는 무슨 꽃이야!응, 아빠도 노란 민들레지 그럼 동생도 민들레엄마도 민들레겠네 그래 우리는지구별 한 모퉁이에빙 둘러 피어난노란 민들레 가족이란다.
비오는 섬진강임미리 빗방울이 투두두둑강으로 떨어지면 '비야 어서와, 보고 싶었어.' '강물아 오랜만이야, 잘 살았지?' 가족처럼 서로 보듬으며넓고 푸른 바다로하나가 되어 흘러 갑니다.
강가에 주차중이상인 차창에 강물이 쏟아져 내린다.지우고 또 지워도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강물소리들그렇게 끊임없는 인연들이줄기차게 이어져 내렸던 것또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어부릉거리는 生을 잠시 꺼둔다. 강물이 이제 거꾸로 흐른다.각양각색의 얼굴들이 두리번거리며뒤로뒤로 밀려난다.내가 그동안 무심히 만진 것들이서럽게 우는 것이라고 해둔다.열심히 맛보았던 세상의 한 부분이모래무덤처럼 무너지고 있다고 해둔다. 차창엔 내가 쏟아져 내리고여기저기 묻혀두었던 사랑들이 지워지고이렇게 비가 퍼붓는 날,인연 깊었던 그대들은너무도 슬프게 빛나는 모서리
개구리 울음소리이상인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다.솟구치는 까닭 모를 슬픔이나 쓸쓸함 같은 것을두 개의 풍선 가득 넣고 불어제치며까만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둘이서 혹은 서이서더러 떼로 몰려 앉아다정하게 손 잡고 울음 울고 싶을 때가 있다.울다 울다 지치면서로의 자리를 바꾸어 앉기도 하고서로의 슬픔을 바꾸어 울기도 하면서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
문밖의 의자 이상인 지루한 계절이 달그락거리며 지나가고그의 품은 조금씩 낡아갔다. 은행잎 하나를 떨어뜨리고 온 바람이고개를 돌려 바라보다가 지나가고새들은 처음부터 얼씬하지도 않았다. 고개를 수그리고 뭔가를 읽는 척뭔가를 신중하게 메모하는 척 그의 동작이 멈추어 있다. 누군가를 안아본 적이 있었던가기억들이 삐거덕거리며 무릎 사이로흘러내리고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를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또 한 번의 가을이 잠시 앉았다 가고봉숭아 꽃물이 지워지고도 한참 뒤였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라고뒤에서 편하게 안아주는 것이라
목자木字이상인 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하루 내 산속을 헤매며 허덕여봐도나무에 새겨진 상형문자 하나해독할 수 없네. 문명 이전부터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는반야심경의 한 구절 같기도 하고구약성서의 제일 처음 말씀 같기도 하고그대와 나의 출생 비밀이 쓰여 있을 것 같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그 신비한 내용이 새겨져 있는 칠판을 하나씩 가슴에 붙인 채나무들은 무언 정진하고 있었네. 작가 소개 / 이상인- 전남 담양 출생. 광주교육대힉교 졸업.-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오이 선물이상인 그 선물은 허공에 매달려 있곤 했다.늦은 봄볕이 좋던 날웃시장에서 몇 포기 사다 꾹꾹 심어 놓고가끔 물을 준 것뿐인데 세워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더니곧바로 꽃을 보여주었다.선물을 보내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그 선물은 허공 어딘가에서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해서어느 순간 길쭉하게 매달려 있었다. 누군가 허공 저편에서싱싱한 오이를 이쪽으로 밀어 넣어주고그러면 나는 정말 고맙게 받아내는 일이여러 날 계속되었다. 그러니까 오이 줄기는 배달부라고나 할까싱싱한 선물을 너무 많이 배달해주어감사하고 미안해서가을무를 심기 위해 뽑아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