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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처럼 울 수 있나요?

당신의 거울 뉴런은 안녕하십니까?

  • 입력 2024.02.28 15:23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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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sympathy, response, sympathize with]

말기암 판정을 받은 한 노인이 있었다. 충격을 받은 노인은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난폭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사소한 일에도 마구 트집을 잡곤하였다. 사람들은 조금씩 그의 주변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평소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한 동네 사는 소년이 할아버지의 입원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다녀간 일이 있었다. 30분정도 할아버지를 만나고 간 이후부터 노인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말투도 부드러워지고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했다. 이러한 노인의 모습에 놀란 가족이 소년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얘야, 도대체 할아버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기에 할아버지의 태도가 바뀐 것이니?"  소년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하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러워서 할아버지와 함께 울었을 뿐이에요." 노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면서 함께 눈물을 흘리는 순간, 죽음에 임박한 노인의 아픔이 치유된 것이다.

남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마음이 망가진 사람들

몇 년 전 박태환 선수가 실격을 당하여 5시간의 고통 뒤에 번복된 결과 결승전에 진출하여 은메달을 확득했던 때였다. 텔레비전 자막에 실격 소식을 보았을 때 가슴이 아팠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박태환 선수는 혼좀 나 봐야 한다는 글을 남겨서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반성의 글을 다시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상처난 가슴을 매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건 엄밀히 말하면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인격이 이미 드러난 행위라서 실수라고, 죄송하다고 항변해도 깨진 그릇이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놀랐다. 어쩌면 박태환 선수는 자신의 실격 소식보다 그 사람이 보여준 행위에 더 상처를 받았으리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가난과 실업,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상처를 주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국가 폭력, 젊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직업병으로 몇십 명이 죽어나가서 세계적인 논문에 대서특필되는 망신을 당하고도 꿈쩍하지 않는 비양심적인 기업 등.

직장에서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공직자들의 몰염치, 인격적 모독에 가까운 정신적 살해에 가까운 언어 폭력을 넘어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일삼는 직장 내 성범죄 등. 어른들의 이런 행위를 보고 듣고 자란 아이들이 배울 것은 학교 폭력이요, 따돌림이다.

물질 지향, 권력 지향, 외모 지상주의는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기를 쓰고 남을 짓밟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달리는, 고장난 브레이크를 단 자동차처럼 질주하는 사람들이 난무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무엇을 위한 '성공'인가를 따지기 전에 무조건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논리에 빠진 세상이 되었다.

자기 행복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성공하고 난 뒤에 돌아보면 그 일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원하지 않았던 삶, 오로지 물질적, 조건적, 외형적 성공이었음을 깨닫고 한 순간에 절망하게 된다. 그러니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도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는 크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는 자존심

우리는 지금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선 선진국이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 바로 '정신과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지표만 가지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가난해도 도천의 물은 먹지 않는다는 옛 선비들의 자존심을 뼈에 새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낙오자를 위한 배려나 공감이 사라진 교실에서 명문대에 몇 명이 진학했는지 비교하며 명문고를 따지는 일, 노동자의 망가진 삶의 질은 무시하고 엄청난 연봉으로 배를 불리는 잘나가는 기업들의 행태 속에는 공감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치부하고 눈을 감고 산다면 우리 사회의 병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유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눈물이 있는 곳에는 리더와 책임자가 반드시 동행하여 공감하고 책임지는 모습, 위 이야기 속의 소년처럼 진정으로 울어 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지닌 리더가 필요한 세상이다. 그것은 능력보다 먼저다. 우리 교육이 잘사는 나라, 성공을 외치며 달리느라 머리만 키운 결과, 가슴은 차갑고 마음은 냉정하여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이 마비된 '괴물'들이 세상을 슬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거울 뉴런은 안녕하십니까?

모든 인간에게는 온 우주와 통하는 마음이라는 선한 의식이 탄생과 더불어 함께 한다. 그것은 교육의 힘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발생적으로 가지고 나온 씨앗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할 일은 바로 그 씨앗을 상하지 않게 돌보며 자라게 해주는 일이다. 그 씨앗이 싹트기 전에 너무 일찍 다른 씨앗을 인위적으로 심는 것은 잡초가 무성한 밭을 만들고 마는 시행착오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선한 씨앗은 특성 상 매우 여리고 상처 받는 자아상을 가진다. 아기들의 공감 능력은 어른들보다 탁월함이 그 증거다. 아기들은 우는 사람을 보면 금방 따라서 울어버린다. 그런데 어른들은 우는 사람을 보고 같이 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에게 날 때부터 가지고 나온 '거울 뉴런'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즐거움에 같이 축하해 주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불행하다.

그런데 성공과 행복을 위해 뿌린 인간이 만들어 낸 지식은 관리를 잘못하면 마음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암적 존재가 되어 정신을 마비시키고 만다. 모든 것을 물질적, 경제적 가치로 외형적 실체로 판단하며 아무리 먹어도 만족함이 없는 포식자를 만든다. 바로 이것이 인간에게 불행의 쳇바퀴를 돌리게 한다. 겉모습은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바꾸는 '위선적'인 세상이 되었다. 돈으로 치장한 보기 좋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급박한 위기 상황이 아니면 그 사람이 지닌 내면의 선한 씨앗이 없어도 들통나지 않고 잘 살아간다.

이제 어디서도 '정직'을 최우선의 가치로 가르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어쩌면 그 가치는 진정으로 위대한 삶을 살다간 사람이 남긴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은 정직하면 손해 보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논문을 통째로 표절해서 고위 직급에 질기게 버티며 군림한 사람들, 법을 어긴 정도가 지능적일수록, 횟수가 많을수록 더 잘나가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매우 위험하다.

경제적으로 불황의 늪이라는 걱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신의 빈곤이 문제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 착한 사람들은 받은 상처가 너무 많아 살아가는 게 기적인 세상이 되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겐 손잡고 흘려주는 눈물이 가장 좋은 약이다. 울어 줄 수 없다면 공감해 줄 능력이 없거나 들어줄 인내심조차 없다면 절대로 설득하거나 반박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정신적 살인 행위이므로!

저명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사려 깊고 의지가 굳은 소수의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마라.' 고 했다. 이제는 나 한 사람부터 사려 깊고 의지가 굳게 살아야 하며 그런 제자들로 길러야 한다. 세상을 원망하기는 쉽다. 변화는 원망으로 이루어 낼 수 없다. 바로, 지금, 여기서 처음부터 다시 정직을 가르치고 공감의 거울 뉴런을 닦아야 한다.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넣어야 한다.

위대한 가르침을 담은 책을 읽는 일, 치유와 명상, 선한 가르침을 전하는 시대의 스승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려 내야 한다. 가족끼리 사랑의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진정한 휴가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것은 나를 살리는 길이고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다.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눈물 흘리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훌륭한 상담교사의 세 가지 구비조건은? 첫째도 공감, 둘째도 공감, 세 번째도 상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공감'이라고 한다. 함께 눈물 흘리는 어버이가 필요하고 리더가 필요하다. 눈물이 마른 당신이라면, 당신의 거울 뉴런이 깨졌는지 살펴보라! 그것은 바로 정신 수준이며 인격의 잣대로서 마지막에 남기고 갈 당신과 나의 흔적이고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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