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금이 가장 좋은 때

2024년을 어린아이처럼

  • 입력 2024.01.16 09:25
  • 기자명 장옥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억이 된 풍경/ 발레 하던 날/ 담양 금성초 1학년 아이들 모습
 추억이 된 풍경/ 발레 하던 날/ 담양 금성초 1학년 아이들 모습

마음에는 실체가 없다

 혜가 스님이 달마대사를 찾아가서 한마디 여쭈었다.

 "제 마음이 편치 못하니 스님께서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소서."
 "너의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내가 편안케 해주리라."
 "저의 편안하지 못한 마음을 찾으려 하니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마음에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게 함으로써 번뇌를 스스로 제거하도록 하는 것은 선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부처님께 배워온 것이다.  -원철 지음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중에서

 

2024년이 시작된 지 벌써 16일, 물처럼 흐르는 시간의 어디에 경계가 있을까.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만든 수학의 산물인 달력에 의지해서 나이를 셈하기 싫어진다. 정신적인 어린아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시작한다. 몸은 돌아갈 수 없으니 정신적으로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태어나고 싶은 바람을 품고 경건하게 한해를 시작하고 싶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내 마음(뇌과학에서는 뇌에 있다고 함)을 찾아 끊임없는 변화가 사실은 ‘진리’라고 말한 니체는 인간의 정신발달의 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표현하였다. 낙타는 가장 무거운 짐을 견디는 태도를 지닌 인간의 모습이다. 역경을 이기고 인내하고 순응하며 사는 모습을 낙타에 비유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낙타처럼 묵묵히 순응하고 인내하며 산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3단계를 거치며 정신적 발달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평생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아도 편하게 살기도 하니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 인생이 아닐까. 어떤 이는 낙타로 살다가 그 짐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사회적 타살이 그것이다. 오늘 이 나라에 넘쳐나는 억울한 죽음이 그것이다.

 

사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힘을 지닌 인간의 모습이다. 내가 해석하는 사자의 모습은 사춘기를 지나는 청년, 부당한 대우와 억울함, 기존의 질서에 무조건 순종하지 않는 생각이 있는 인간, 분노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억울해도 참아야 손해 보거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자 같은 사람은 고난의 길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들은 용기 있는 사람이며 소금 같은 사람이 분명하다. 세상은 그가 있어서 밝아지고 맑아진다. 아무나 가지 못하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나처럼 용기 없는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사람이다.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는 ‘초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니체는  “초인이란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난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다.”  니체의 삶 자체가 초인에 가까웠다. 지극한 불행과 평생 싸우다 갔으니!

 

‘신은 죽었다!’라는 한마디로 표현되는 니체의 철학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평생 아팠고 핍박을 당했으며 비참하게 죽었다. 인간의 정신적 발달 3단계는 니체 자신의 삶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낙타처럼 불행한 운명의 짐을 지고 살았고, 사자처럼 저항했던 니체는 ‘인간은 근본적으로는 사물에 자기 자신을 반영시키며, 자신의 모습을 되비추어주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여긴다’고 했으니. 어린아이처럼 아름다운 영혼으로 철학사를 바꿀 수 있었으리라.

 

‘학습과 진(眞)과 미(美)의 추구는 우리가 평생 어린아이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해맑은 모습과 꾸밈없이 진솔한 모습으로 평생 학문을 사랑했다. 평화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며 진리를 추구한 아인슈타인도 인류의 영원한 어린아이로 남았다. 인류의 스승들은 모두 3단계를 거친 분들이었다. 인류의 죄를 목숨으로 대신한 예수님도 어린아이 같아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2024년에는 사자의 삶을 살지 못했으면서 어린아이의 삶을 추구하는 모순된 내 모습을 참회하듯 살고 싶다. 365일 그 마음을 화두삼아 도서관을 신전으로 삼을 결심이다. 인류의 어린아이로 남은 스승들이 남긴 말씀을 새겨서 2024년을 살아낼 식량을 비축하리라.

 

사랑스럽던 우리 1학년 어린아이들이 보고 싶다. 때로는 이렇게 떨어져서 그리워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다. 새벽 선잠에 빠져 여전히 아이들과 공부하는 꿈을 꾸었다. 얼마나 선명한지 현실인 듯 착각했다. 12월에 담임이 바뀌는 꿈이라니! 꿈속이지만 나는 안 된다고 눈물로 항변하고 있었다. 

 

정신과 육체까지 어린아이인 1학년 아이들과 살았던 나는 정말 축복 받은 인생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살아 있는 스승이 아니던가! 2024년의 행운이 나의 제자들 모두에게 가득하길 빌어본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내 마음에 연연하여 시간을 축내지 않으며 살고 싶다. 어린아이처럼 현재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마음밭에 씨를 뿌리리라.



키워드

#어린아이
저작권자 © 전남교육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