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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뿐인 친구가 전학 가고 남은 '우리 추억의 증거'

죽곡초등학교 6학년 전남농산어촌유학 마지막 이야기

  • 입력 2023.11.07 15:05
  • 기자명 죽곡초등학교 교사 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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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은 죽곡초등학교에서 졸업까지 하고 싶어 했지만 사정이 생겨 조금 일찍 서울로 돌아가게 되었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위로 추억을 하나라도 더 쌓아보자며 조금 바쁘게 지냈다.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9월에는 셋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예정된 이별을 앞둔 탓인지 저녁이면 숙소에서 셋이 누워 3월부터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자꾸만 헤어짐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곳에서의 졸업앨범이 꼭 가지고 싶다기에 10월에는 읍내의 사진관에서 셋이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서로 인화한 증명사진을 교환하면서 학생의 눈가가 조금 붉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떠나기 전, 3월부터 차곡차곡 찍어둔 영상을 활용해 국어시간에 짧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나레이션을 쓰면서 그날을 추억하고 회상한다. 다행히 전학 전에 완성하여 셋이 나란히 앉아 영상을 본다. 처음에는 카메라 속의 어색한 모습들과 즐거웠던 기억에 웃었는데, 영상이 끝날 때쯤 되니 교실에 조용한 침묵이 찾아온다.

 10월 마지막 날, 두 학생과 나는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이별을 맞이한다. 나는 서울 가면 공부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이랑도 사이좋게 지내라는 뻔한 잔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다섯 장이나 빼곡하게 적힌 편지를 학생에게 건넨다. 이제 다시 혼자가 되는 학생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잘 가!" 한마디 하더니 다른 날보다 분주하게 교실을 나선다. 떠나는 학생은 운동장에서 한참 서성이다 선생님에게 짧은 편지를 건네고는 교문 밖을 나선다.  

 한 명 전학 갔을 뿐인데 텅 비어버린 교실, 영상을 다시 보다 짧은 글을 적어본다.

 교사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202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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