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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닮아가고, 너는 나를 닮아가고

죽곡초등학교 6학년 전남농산어촌유학 이야기

  • 입력 2023.06.21 09:33
  • 기자명 죽곡초등학교 교사 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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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의 마지막에 연재가 늦는다면 ‘둘의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했나 보다.’라고 생각해 달라 적었었다. 사실 학생들의 관계는 진작에 해결되었다. (단지 교사가 여유가 없어 글을 올리지 못했을 뿐이다)

서로 필요한 규칙을 이야기하며 서로가 어떤 부분에 예민한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A는 규칙 준수를, B는 관계와 융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학생과 규칙을 정하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작은 부분까지 다 규칙으로 합의하고 나서야 서로를 조금 이해하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둘의 갈등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후에 보이는 갈등들은 친한 친구와의 투덕거림 정도로 보였다.

둘이 있는 교실. 그중 한 명은 서울에서 내려온 농산어촌 유학생. 한 명은 오랫동안 혼자서 교실을 사용한 시골 학생. 심지어 둘의 성격과 흥미도 달라 어떻게 생활하려나 싶었는데. 4월부터 의외의 상황들을 마주했다.

어느 날 아침은 둘이 함께 앉아 꼼지락꼼지락 프라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A가 만드는 프라모델에 관심이 생겼는지 B는 옆에서 지켜보다 같이 만들어도 되는지 물었다. 상급자용이라 처음 하는 B에게는 어려웠는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A가 한숨을 쉬고 투덜거렸고 B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냥 구경만 하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다음날 A는 조금 쉬운 프라모델을 가지고 왔고 B에게 차근차근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B는 꽤 재미있었는지 이후로도 종종 프라모델을 사와 함께 만들곤 한다.

어느 날 아침은 둘 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B는 서울에서 축구클럽을 다닐 정도로 열심히 축구를 했다고 한다. 당연히 시골에는 클럽이 없으니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동생들을 불러 모와 아침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축구를 해야 한다.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는 A는 그럴 때면 교실에서 만화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조립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등교하면 교실도 들리지 않고 B와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인생에서 축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A의 발놀림은 엉성했지만, 표정만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둘은 동생들과 스포츠클럽 풋살도 나가게 되었다.

결승에서 패하고 오히려 A는 B보다도 더 분해했다. 4년째 지켜봤는데, 운동 경기에서 경쟁심을 보이는 A의 모습은 참 낯설었다.

물론 모든 모습에서 닮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꿈을 키우고 여전히 다른 성격 탓에 싸우는 날도 많다. 하지만 확실히 농산어촌유학 덕분에 아이들은 변화를 겪는다. 친구의 모습을 보며 닮아가고 새로운 것은 배운다. B는 시골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A도 친구와 함께하며 새로운 날들을 보낸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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