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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지금 즐겁게 살고 있나요?

2023 독서일기 - 96.《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입력 2023.05.24 11:06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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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파킨슨병 의사 고백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김혜남/갤리온/14,000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김혜남/갤리온/14,000원

2001년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신경정신과 의사, 김혜남! 그는 120만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가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주옥같은 작품을 써내며 인간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누구보다 유쾌한 심리학자 김혜남이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비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37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세상으로부터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해도 우리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우리 자신의 선택권이다. 즉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무기력하게 누워서 천장만 보고 살 건지, 일단 밖에 나가 할 일을 찾아볼 건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80쪽

“고대 이집트인은 죽음에 대해 멋진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거 아냐? 영혼이 하늘에 가면 말이야. 신이 두 가지 질문을 했다네. 대답에 따라서 천국에 갈지 말지가 정해졌다고 하지.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자네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는가. 대답해 보게.” 나는 인생의 기쁨을 찾았을까? 내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했을까?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258쪽

작가는 다섯 가지 소주제에 42개의 소제목을 달아 이 책을 꾸렸다. 1.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 내딛는다는 것/ 3.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4.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편지 5. 삶과 연애하라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병상에 누워서 사는 파킨슨병 환자가 고통을 이기며 자신과 싸우며 일궈낸 글이다. 그럼에도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과 사회적 약자와 환자들을 향한 애틋한 공감과 연대의식은 행간마다 가득하다. 어렵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 속에 담긴 부모와 아내, 자식으로서, 의사로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그의 책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재미있다는 의사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그냥 삶을 살아 보면, 연애하는 마음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면 세상은 당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당신이 세상을 보고 감탄한다면 무의미한 오늘이 신나고 재미있는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87쪽

 중국의 현자가 물었다. 학문이 무엇입니까? 사람을 아는 일이다. 선은 무엇입니까?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다.  '인생은 즐거운 시간의 합만큼만 의미 있는 것이다.'

자꾸 되뇌게 된다. 지금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279쪽

2년간 인적이 드문 숲에서 홀로 생활하며 <월든>을 쓴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한 사람이 평생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영역은 결코 반경 10마일(약 16킬로미터)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즐기려고 마음먹은 사람의 눈에는 새롭고, 신기하고, 감탄할 만한 일들이 수없이 발견된다는 뜻일 게다. -285쪽

나에게 평생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영역은 책이다. 책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죽을 때까지 아무리 열심히 찾아 읽어도 천만 분의 일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새롭게 탐구하고 신기하고 감탄할 만한 책은 널려 있으니. 나는 작가의 충고를 따라 삶과 연애를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실현에 힘쓰는 중이다.

작가의 조언을 따라 아침마다 눈을 뜨는 새벽, 삶과 연애를 시작한다. 작가의 말이 옳다. 아침산책 한 시간이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있으니. 나무들이 내뿜는 마알간 찬 공기는 새로운 희망 같은 것을 품게 한다. 날마다 그날이 그날 같은, 똑같은 일상의 반복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기적인지, 변함없는 그 무료함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프지 않고 움직여주는 모든 신체기관들에게 감사하는 중이다. 

아침 해가 뜨기 전 어둑어둑 할 때 나는 산책을 나간다. 인적이 드문 시각에 만나는 아파트 주변 작은 숲을 만나러 간다. 까치들이 날고 지저귀는 곳이다. 날마다 만나는 까만 아기 고양이와 눈 맞춤도, 새들의 먹이가 되어주는 야생 똘팥이 까만 꼬투리를 열고 금방 튀어나오는 모습도, 높다란 아파트 끝 위로 펼쳐진 맑은 아침하늘도, 찬이슬을 머금은 풀밭이 주는 싱싱한 촉감도 모두 기적이다.

마음먹은 대로 움지여주지 않는 몸을 가진 파칸슨병 환자인 작가가 병상에서 보내는 절절한 고백과 살고자 아우성치는 그의 눈물겨운 삶의 의지에 감동한다. 그는 삶과 연애하라고 부추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실현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다독인다. 아파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무게를 이기고 자신의 짐을 떠맡기지 않으면서도 삶을 감사함으로 엮는 그를 마음으로부터 깊이 응원한다. 덜 고통스럽기를! 너무 많이 애쓰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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