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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노하는 인간이다

2023-6권, 홍사훈 기자의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

  • 입력 2023.01.05 11:50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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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제목에 이끌리다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홍사훈/베가북스/17,000원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홍사훈/베가북스/17,000원

'의혹이 있으면 취재하고, 확인이 되면 보도하라.’ 저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제 취재 경험과 생각을 읽으시면서 정의롭지도 또 공정하지도 못한 우리의 경제에 분노하시기 바랍니다. 분노해야 세상은 바뀝니다. -7쪽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분노'와 '정의' 다. 책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인상으로 얼른 손이 간 책이다. 국가적으로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을 다룬, 매우 용감한 기자의 책이라서 더욱 주목을 끄는 책이다.

2019년 터진 ‘라임펀드 주가조작 사건’ 그리고 2020년 세상 밖으로 나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두 사건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이 한 사람 있습니다.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OO’입니다. 김건희 여사가 증권계좌를 맡겨 주식 거래를 일임했다는 바로 그 인물입니다. 선수 이OO는 현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13쪽

이른 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리며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재촉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꿈쩍하지 않는 운석열 대통령의 공정하지 못한 행보로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뉴스다.

책을 펼치고 읽어 내리는데 몰입감이 뛰어난 책이다. 기자 출신답게 철저히 준비한 자료와 수사 내용을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수사 진행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사보고서에 등장하는 그 8명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지금의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입니다. 38페이지 분량의 내사보고서에 ‘김건희’라는 이름은 딱 두 번 등장합니다. 첫 번째 등장은 15페이지에 ‘도이치모터스 주주인 ‘김건희’를 강남구 학동사거리 근처 권오수 회장이 경영하는 미니 자동차 매장 2층에서 (주가조작 선수) 이OO에게 소개하고 주식을 일임하면서 신한증권 계좌 10억 원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하게 하였음’이고, 두 번째 등장은 20페이지에 ‘2010년 2월 초순경 ‘김건희’ 신한증권 10억 원 자금 조달’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14쪽

내사보고서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에 대한 작전은 2011년 초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2년 3월, 윤석열 당시 대검찰청 중수 1과장은 김건희 여사와 결혼하고, 그해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하 중앙지검) 특별수사 부장으로 승진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2013년 3월 경찰 내사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됩니다. 경찰 내사가 있던 시점에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중앙지검 특수부장의 부인이었습니다. 경찰은 ‘김건희’라는 이름을 모를 수 있지만, 검찰은 누군지 알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직을 두루 거친 특수통 부장 검사의 부인 이름이 적혀 있는 내사보고서를 받아본 담당 검사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31쪽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자 생활을 계속하는 홍사훈 기자의 두둑한 배짱을 응원하고 싶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신념을 지키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 아무리 좋은 기사, 탐사 내용이라도 채택되지 못하거나 부당한 압력으로 보도되지 못하는 기사가 많을 것이다.

있는 사실조차 거짓말과 가짜 뉴스로 고발당하는 시절이니 기자의 펜이 무뎌지거나 펜을 꺾는 일이 비일비재 하리라. 받아쓰기 기사를 똑같이 남발하는 형국이니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일자리는 몰라도 기자는, 언론은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이슬만 먹고 살 수야 없겠지만,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용기와 배짱도 있어야 할 테고 말이죠. 물론 8학군 출신이라 해서, 외고 출신이라 해서, 돈 많은 부모 뒀다고 해서 모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직원이라면 몰라도 언론사 기자가, KBS 기자가 영어 단어 하나 더 많이 아는 게 취재에 뭐 그리 도움이 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언론사만이라도 입사 전형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토익점수 몇 점인지 따지지 말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얼마나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레기’가 아닌 세상의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짜 기자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93쪽

방구석 분노로 선한 영향력을 꿈꾼다

이처럼 용감한 기자가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을 보니 희망이 보인다.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펜을 들어 분노할 수 있는 기자는 그리 많지 않다. 압수수색과 부당한 고소 고발을 밥 먹듯 남발하는 검찰 공화국에 맞불을 놓으며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언론인의 사명을 책으로 증명한 홍사훈 기자 덕분에 새해의 시작을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세상은 어느 한 사람의 분노나 노력으로 변화되지 않지만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킬 수는 있다. 그 물결이 세찬 파도가 되어 물줄기를 바꾸는 일은 역사에서 얼마든지 있었다. 세상은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에 단단한 얼음 같은 불의에 균열을 일으키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커다란 파도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나는 분노하는 사람이다. 횃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방구석에서 언론에 나오지 않는 진실을 찾아 특정 사이트들을 부지런히 찾아들어 응원을 한다. 언론에서는 결코 다루지 않는 소식들을 접하고 분노하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억울한 기사에는 어김없이 댓글로 항의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책을 읽고 신문을 읽으며 탐사 보도를 찾아서 지식을 쌓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맥락 없는 항의나 뜬금없는 삿대질 대신 조목조목 근거를 밝히며 말없이 설득하는 작전을 펼친다.

그러니 현대의 언론인은 정식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닌 네티즌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고 억울한 이들을 보호하는 목소리가 모이면 거대한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못된 정책을 바꾸게 하고 가짜 뉴스를 색출하여 응징할 수 있다. 갑질과 폭력으로 안하무인인 기업주를 공격하여 반성과 사과를 받아내는 일도 해낸다. 

그 목소리가 커지면 시민사회단체가 형성되기도 하고 적극적인 정치적 발언으로 가시화된 입법 과정으로 나타나게 한다. 방구석에서 시작된 작은 목소리들이 함성이 되어 깃발을 올리고 횃불이 되어 광장의 울부짖음으로 지켜내 인간의 존엄성을 밝혀온 민주시민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지 않은가. 이는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해줘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제도를 법치국가라는 이름으로 덮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 한 사람의 작은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더 많이 읽고 쓸 것이며 목소리를 내어 선한 영향력을 위해 몸으로 뛰는 사람들을 있는 힘을 다해 응원할 것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에 힘을 보탤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홍사훈 기자처럼 펜에 힘을 싣는 일이다. '책만 보는 바보'로 살고 싶었는데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니 가만히 있는 것은 비겁한 일임을 책들이 가르쳐주었다.

나는 소극적으로 방구석에서 잡문을 쓰는 소시민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망원경을 들고 보다가 누군가를 응원해야 할 일이 생기면 미세 현미경으로 줌인하여 들여다보고 지원사격을 함께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원고료나 댓글 알바비를 받지 않아도 좋아서 하는 일이고 자발적이니 재미있다.

그 대열의 최전방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써낸 분노하는 책을 소개하는 일도 나에겐 기쁨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선한 영향력을 위해 발로 뛰는 이들의 노력에 응원의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한 손가락 운동을 하는 중이다. 홍사훈 기자의 용기에 '손가락 하트'를 보낸다. 분노하는 자가 여기에도 있으니 힘내시라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좀 더 밝고 희망적인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썩은 곳을 향해 부지런히 소금을 뿌리고 분노하는 일을 함께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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