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산의 마지막 공부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

  • 입력 2021.08.31 11:02
  • 수정 2021.09.02 13:48
  • 기자명 장옥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다산의 마지막 공부/조윤제 지음/청림출판/15,000원
다산의 마지막 공부/조윤제 지음/청림출판/15,000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가만히 읊조리면 마음이 가라앉는 경구다.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붓다는 자신을 믿으면 천국에 간다는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종교로 분류된 것은 후세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덕분이 아닐까. 비움과 내려놓음, 달관의 경지에 이른 인생철학은 현대의 심리학을 능가한다.

세상만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다. 세상 일을 모두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인생사 모두를 허무함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전부 마음 하나에 달렸다. 망상과 허상에 시달리게 하는 것도 그 마음의 일이다. 같은 일을 겪어도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일도 마음의 일이다.

그 마음이란 것에 평생을 끄달려 사는 게 인생이다. 그러니 모든 것의 시작은 마음 공부가 아닌가 한다. 일체유심조는 다산이 생의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심경>과 통하는 사상이다.

다산이 공부의 종착지로 삼은《심경心經》

“나의 생은 헛된 게 아닌가 하니,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그 빚을 갚고자 한다. 지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온 힘을 다함으로써, 그간의 공부를 《심경》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아, 능히 실천할 수 있을까!” -다산 정약용

“나는 《심경》을 얻은 뒤에 비로소 마음을 공부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부에 뜻을 두고 일어서 평생 분발할 수 있는 힘은 이 책에서 나왔다. 나는 평생 이 책을 높이며 사서삼경의 밑에 두지 않았다.” -퇴계 이황


《심경心經》은 이름 그대로 ‘마음’에 대해 다룬 유교 경전이다. 편찬자는 중국 송 시대 학자인 진덕수로, 사서삼경을 비롯해 동양 고전들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정수를 엄선해 엮은 다음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다산 정약용이 자신의 방대한 학문체계를 정리하며 《심경》을 공부의 마지막 경지로 여겼다고 하니 가히 이 책의 위치를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조선은 책이 지배한 시대였다. 그런 조선의 책을 단 한 권으로 요약하자면 바로 《심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이 책에는 마음을 경작하는 데 꼭 필요한 경구들이 넘친다. 가장 마음에 든 구절을 옮겨본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돌아와보니 한순간도 사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긴 여정임을 깨닫는다. 몸을 위해, 보여지는 것들을 위해 애쓰는 것의 반만이라도 마음을 가꾸는 데 힘쓰는 경구로 삼고자 한다.

맹자는 말했다. "인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이다. 그 길을 버리고 따라갈 생각도 않고,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찾을 줄 모르니 슬프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르던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그것을 찾으려 하면서도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 " -378쪽

 



저작권자 © 전남교육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