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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는 일에 정답이 없건 만

이게 이렇게 까지 싸울 일이야?

  • 입력 2024.03.29 16:22
  • 수정 2024.03.29 16:31
  • 기자명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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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준비를 하려는데, 아들이 전자기타 관련 기기를 충전해야 한다고 충전기를 찾는다. 왠지 선뜻 내주기가 싫다. ‘이거 뭔 꼼수 부리려는 것 아냐? 왜 밤에 충전기를 찾지?’

많은 부모님들과 자녀들이 그러하듯 나와 아들도 핸드폰 사용시간, 게임 시간을 가지고 툭하면 실랑이를 벌인다. 몇 차례 언쟁 끝에 밤에 자는 시간 만이라도 전자기기를 안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은 요즘 11시 쯤에 잔다. 10시가 넘으면 전자기기를 일체 쓰지 못하게 금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밤 사이에 아들이 한 번씩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쓰는 것 같아서, 잘 때는 아예 핸드폰을 안방에 충전시켜 놓고 자라고 하고 있다.

전에 공폰으로 인터넷을 쓴 전적이 있어 공폰도 걷어간 상태이다. 그래서 물증은 없으나 전자기기를 쓰려는 꼼수가 아닌가 불안한 마음이 든 것이다. 

나와 아들도 핸드폰 사용시간, 게임 시간을 가지고 툭하면 실랑이를 벌인다.
나와 아들도 핸드폰 사용시간, 게임 시간을 가지고 툭하면 실랑이를 벌인다.

‘아빠가 충전 시켜서 내일 아침에 줄테니까 놓고 가.’

‘싫어. 내가 할거야.’

‘아빠도 싫어.’ 그랬더니, 갑자기 억울해하기 시작한다. 내 것을 내가 충전하려는데 왜 못하게 하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솔직히 얘기했다. 아빠는 밤에 잘 때만큼은 전자기기 안쓰고 그냥 자면 좋겠다. 그런데 충전기 주면 밤에 잠 안자고 전자기기 쓸까봐 못주겠다.

핸드폰도 가져갔고, 이거는 기타 관련 기기인데, 왜 못하게 하냐고 따진다. 그리고 자기 것을 아빠한테 맡기기 싫다. 내가 관리하고 싶다면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빠가 안가져가겠다. 네가 네 것 관리해라. 다만 아빠는 밤에는 충전기를 못주겠다. 아침이나 학교 갔다와서 얼마든지 네가 충전할 수 있지 않냐? 왜 굳이 이 밤에 충전기를 달라고 하냐?’

‘내일 필요하니까 그러지.’

‘그러면 오늘만 아빠가 충전해줄테니, 내일부터 네가 해라.’

‘충전 안할게.’ 하고는 잔뜩 뿔이 나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왜 굳이 이 밤에 충전기를 달라고 하냐?’
  '왜 굳이 이 밤에 충전기를 달라고 하냐?’

이 과정에서 아들은 세상 억울한 사람이 되어 얼마나 답답해하고, 어이없어 하는지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도대체 아빠가 왜 이러는지 자기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충전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밤에 자는 시간에만 피해서 충전을 하던가, 밤에는 내가 충전해서 아침에 바로 준다는데 왜 그게 이렇게 억울하고 답답할 일인가?

서로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들은 짜증을 내고, 나는 화를 내고..

그러면서도 우리가 서로 공감하면서 서로에게 한 말이 있다.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내 말이.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내 말이.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내 말이.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

아들은 밤에는 결코 충전기를 내줄 수 없다는 아빠에게 이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이냐고 따지는 말이고, 아빠는 밤에 자는 시간만 피해서 충전기를 내주겠다는데, 이게 그렇게 억울하고 어이없는 일이냐고 하는 말이다.

남의 자식이면 그깟 충전기 내주는 일이 뭐가 어려웠겠는가. 설령 밤에 핸드폰을 하든 노트북을 하든 내가 그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런데 내 자식 일이 되니, 내가 참 이상한 사람이 된다. 나에게 묻는다.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었을까? 나는 자식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론도 자식 일에는 확신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알겠다. 내가 그렇게 화 낼 일은 아니었구나.. 이 깐깐한 아빠와 의심쟁이 아빠의 태도에 아들이 백번 짜증을 낼 수도 있었겠구나. 그 태도에 화가 나서 벌컥 화를 내버린 그 순간이 후회된다. 오늘은 혹시라도 또 화가 나면, 정말 화내면서 말할 일인가? 아들이 말하기 전에 내 스스로 먼저 반조해 볼 것이다. 그리고, 차분하게, 가급적 온화하게 말할 것이다. 충전은 낮에 하자.

나는 자식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론도 자식 일에는 확신할 수가 없다.
나는 자식 키우는 일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론도 자식 일에는 확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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