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영화관을 추억함
이상인
이 집은 오랫동안 상영관이었다.
지금은 배우도 감독도 늙어서
영화계를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봄날 같은 청춘들이 득실거릴 때가
좋았다고 주변인들은 회상하곤 한다.
이제는 가끔 생각난 듯이
낡은 필름만 끊겼다 돌아가고
다시 끊기고, 마른 풀밭처럼 적막하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가 되고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는 거라고
곧 쓰러질 듯한 이 영화관은 되뇌어 본다.
이 집에서 상영된 영화는 좀 지루할 정도로
한때 대본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두어 명의 배우가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쨌든 모두가 맡은 주인공 역을
잘 소화해냈으며
정말 진지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남편을 비교적 일찍 여의었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배우들을 자수성가시키고
영화관 관리를 살뜰하게 마친 안주인
생애 마지막 단 한 번
잠깐 멋쩍은 주인공이 되어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조명 속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떠나갔다고 한다.
그 이후로 잡풀이 우거지고
한쪽 어깨가 주저앉은 이 영화관은
끝내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