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발자국
이상인
눈 쌓인 산길을 걸어갈 때
앞서간 누군가의 발자국에서
온기를 느낄 때가 있다.
세찬 북풍 몰아치고
이 세상의 길은 모두 지워지고
나를 이끌어가는 발자국 하나
어서 오라고 손 흔들어대는 것 같아
급히 따라가다가 문득
감쪽같이 사라졌을 때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리며
찾게 된다.
식구도 이웃 형제도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 세상을 앞장서서 걸어가는 이의
씩씩한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 함께 걸어 온 건만 같아
머뭇거리지 말고 어서 오라고
저만치 손짓하며 서 있을 것만 같아
일순 이마가 따뜻해지면서
불끈 희망이 솟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