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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출입 금지입니다.

T군은 돈을 택하지 않고 꿈을 이어갔다.

  • 입력 2023.10.30 09:18
  • 수정 2023.10.30 15:31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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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까지 강원도 춘천에 “인문학카페 36.5⁰”가 있었다. 이색적인 것은 이 카페의 출입문 입구에 주인장의 인생관을 담은 듯한 “출입금지”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도 아이들을 훈계하듯이 빨간색으로 출입 금지를 크게 써 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만의 꿈을 향해 달린다.
나는 나만의 꿈을 향해 달린다.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정교한 건물이나 예술작품을 보아도 값어치만을 생각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건물과 작품에 깃들어진 누군가의 땀과 인생은 생각할 수 없다.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는가. 누군가의 꿈을 듣고 밥 벌어먹겠냐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은 출입 금지다.”

카페 주인은 기성세대에게 하고픈 말을 출입문에 붙어놓고 직업과 꿈 그리고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한 것은 아닐까.

혹 당신은 누군가의 꿈을 갉아먹는 어른입니까, 아니면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입니까?

어른들은 T군이 대학 및 학과를 선택했을 때 ‘그 대학에 가면 취업이 안 되니 가지 말라. 그 학과에 들어가면 빌어 먹는다“고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꿈을 꾸는 T군에겐 맑은 하늘에 날 벼락같은 소리였다.

T군은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는 호기심이 많았기에 질문을 자주 했다. 그러나 어른 백이면 백 모두 ’철학과는 가난하고 실업자를 키우는 학과이니 그런 과에 들어가면 인생 망친다‘고 충고를 했다.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은 과연 철학과를 나왔을까.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을 쉽게 할까.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사람과 직업을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 때문이다. 철학과를 나오면 꼭 철학에 관련된 일을 해야 할까? 혹 다른 직업을 선택하면 안 되는 걸까?

꿈을 향하는 길은 순탄할 수만 없다. 종종 아프기도 하다.
꿈을 향하는 길은 순탄할 수만 없다. 종종 아프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정말 이상하다. 답을 정해 놓고 꿈을 꾸게 하는 참으로 천박한 자본인이 넘쳐난다. 결국 T군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철학과에 입학했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며 희열을 느꼈다.

T군은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짬 시간을 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하루는 일용직 사무실을 통해 노동일을 했다. 모래, 자갈, 시멘트를 혼합하여 길을 포장하는 작업이었다. T군의 손놀림과 몸동작이 얼마나 빨랐던 지 옆에 있던 감독자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T군, 대학생 맞아. 어떻게 그렇게 일을 잘해. 그 대학 졸업하면 취업 안 되는 줄 알지. 취업도 안 될 것인데 왜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네. 내 밑으로 와서 일하면 금방 돈을 벌 수 있어. 어떤가. 당장 말하기 곤란하면 생각해보고 전화해.”

분명 감독자는 T군을 생각해서 말했을 것이다. T군이 얼마나 성실한지 성적은 얼마나 좋은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T군은 철학과에서 배움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T군은 노동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배움을 이어가겠다며 용기 있게 세상과 맞섰다. 그는 돈을 택하지 않고 꿈을 이어갔던 것이다.

춘천에 있었다는 “인문학카페 36.5⁰”로 다시 가보자. 그 카페 운영자는 젊은 사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춘천에 서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이 좋아했던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열었다.

서점들이 다 술집이나 옷 가게로 바뀔 때 그는 왜 그런 돈이 안 되는 직업을 택했을까? 도시는 온통 책을 읽지 않았고 도시는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을 때 그는 그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대학가에 서점이 없다. 영어나 자격 공부 외에도 우리는 배울 게 너무나 많다. 사랑, 삶, 관계, 사회, 역사, 예술, 그리고 나 자신. 한 달 뒷면 한 살 더 먹는다. 늦기 전에 공부하자. 이곳이 바로 서점이고 친구고 멘토이자 대학이다.”

이 글 또한 그 젊은 사장이 카페를 열면서 썼던 그만의 꿈에 대한 생각이다. 누가 그 사장님의 삶에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누가 그의 삶을 어리석고 멍청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을 향해 달리다 보니 꿈의 형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꿈을 향해 달리다 보니 꿈의 형체가 마침내 드러났다.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학생들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 어른들의 삶 또한 녹록하지 않다. 어른들도 몇 번이나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삶을 이어온 지금 과연 학생들에게 수학 공식처럼 삶을 안내하는 것은 만용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며칠 전 T군을 만났다. 그는 지금 평범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왜 철학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인문학 분야의 연구직에 있다고 했다. 결국 지금의 직업이 그가 꿈꾸었던 철학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혹 “인문학카페 36.5⁰”를 운영했던 그 사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단언할 수 없지만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 나눔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나마 주인장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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