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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퀘스트(Vision Quest)

부모나 어른이 바라는 자아는 아이들의 진짜 자아가 아니다.

  • 입력 2023.10.10 14:49
  • 수정 2023.10.11 10:50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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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어린 아이가 걷는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몸으로 익힌 결과이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자전거를 탄다. 좌충우돌하며 넘어지더라도 오뚝이처럼 우뚝 일어난 결과이다. 중학생이 된 지금 수영까지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물이 정말 무서웠다. 물길을 가르며 앞으로 간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물 먹기를 거듭하면서 손과 발의 움직임을 느끼며 마침내 물과 하나 됨을 깨달았다.

꿈을 요청하는 외침이여!
꿈을 요청하는 외침이여!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산에 오르기" 즉 "꿈을 요청하는 외침"이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게 한다. 그들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를 비전 퀘스트(Vision Quest)라고 부른다.

때가 되면 아이는 몸을 정화한 뒤 홀로 산 정상에 오른다. 그곳에서 며칠 동안 금식을 하며 그들이 믿는 절대자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인생의 주인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아이는 그 고난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되고 마침내 산을 내려온다.

크리크 족 인디언 어른인 베어 하트(곰의 가슴)는 이것을 자아 발견의 시간이요 정신적인 거듭남이라고 말하며 "비전 퀘스트 의식에서 우리는 첫 번째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외적 수단으로는 그 답을 얻을 수 없다. 해답은 자기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자만심과 부족한 인내심은 자기 안의 위대한 신비를 보내는 메시지를 가로막는다."라고 덧 붙인다.

산다는 것은 낯섦과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것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스스로가 감당해야할 삶의 무게이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삶이 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이 되면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보니 삶을 해석할 수 있는 면역력이 생긴 것이다.

참 자아를 찾기 위하여 지금 길을 떠나야 한다.
참 자아를 찾기 위하여 지금 길을 떠나야 한다.

잘못 산 삶은 없다. 그러니 우린 스스로에게 비전 퀘스트의 시간을 종종 허락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비전 퀘스트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옛날처럼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고 기능을 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하루하루가 급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배워야 하며 늘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대화해야 한다.

기성세대 중에는 좁은 시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도 아이들에게 단순 지식을 외우게 하고 시험을 통해 서열을 정해주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학교에서 지식을 익히고 이름 있는 대학에서 공부해야만 슈퍼맨 같은 인물, 성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맨이 될 필요도 없다. 어찌 사람이 삶을 지배할 수 있겠는가?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비록 오늘 가장 높은 위치에서 삶을 마음껏 부릴 줄 모르겠지만, 아직 내일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줄은 그 누구도 모른다. 내일이 있기에 겸손해야 하며 죽는 날까지 자신을 사랑해야 할 이유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삶이 정답이다."라고 강요하지 말자. 그들에겐 비전 퀘스트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새로운 문제를 접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비전 탐구 여행을 통해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부모나 어른이 바라는 자아는 아이들의 진짜 자아가 아니다. 그 자아는 부모와 어른이 바라는 껍데기 자아요, 허수아비 자아일 뿐이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는 '여름날'에서 독자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결국엔 모든 것이 죽지 않은가?

그것도 너무 일찍 내게 말해 보라,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당신은 하나밖에 없는 이 거칠고 소중한 삶을 걸고

당신이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나만이 나의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나만이 나의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

지금의 나와 이별할 수 있을까? 과연 아이들은 부모나 사회가 강요하는 자아를 버릴 수 있을까? 어렵겠지만 이별해야 하고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참 자아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지대를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하자. 그리고 더 크고 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그게 바로 비전 퀘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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