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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섭지꼬지 선돌 / 이상인

  • 입력 2023.10.04 13:37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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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꼬지 선돌

 

이상인

 

한 남자를 오래도록 사랑하였네

 

그이가 오신다는 소문에

맨발로 뛰어나와 파도를 맞고 있네

지나간 세월이 너무도 멀어

이젠 수평선처럼 아스라하네

 

어느덧 애타는 그리움이거나

아직도 지칠 줄 모르는 출렁거림이

내 온몸을 갉아먹고 사네

나는 날마다 시퍼런 바닷속으로

무너지듯 잠겨가고 있네

 

무릎이 잠기고 어깨가 잠기고

꼬시래기 같은 머리카락만 남아

푸른 물살에 휩쓸리며 기다리겠네

 

나 한 남자를 지겹도록 사랑하였네

 

, 그 많은 기다림의 시간

날마다 뜨고 지는 해와 달이

쪼개지고 금 간 가슴에 새겨주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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