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지꼬지 선돌
이상인
한 남자를 오래도록 사랑하였네
그이가 오신다는 소문에
맨발로 뛰어나와 파도를 맞고 있네
지나간 세월이 너무도 멀어
이젠 수평선처럼 아스라하네
어느덧 애타는 그리움이거나
아직도 지칠 줄 모르는 출렁거림이
내 온몸을 갉아먹고 사네
나는 날마다 시퍼런 바닷속으로
무너지듯 잠겨가고 있네
무릎이 잠기고 어깨가 잠기고
꼬시래기 같은 머리카락만 남아
푸른 물살에 휩쓸리며 기다리겠네
나 한 남자를 지겹도록 사랑하였네
하, 그 많은 기다림의 시간
날마다 뜨고 지는 해와 달이
쪼개지고 금 간 가슴에 새겨주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