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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남 청소년 제주 항일역사탐방 2박3일 동안 진행

제주의 항일운동과 4·3항쟁에서 평화와 인권의 씨앗을 품다

  • 입력 2023.07.24 14:25
  • 수정 2023.07.24 14:43
  • 기자명 양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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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의 모습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의 모습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이 주최하고 (사)5·18민족통일학교(이사장 윤금순)가 주관하는 2023 전남 청소년 제주 항일역사탐방이 지난 7월 16일(일)부터 7월 18일(화)까지 2박3일 동안 제주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2021, 2022년에 이어 3번째 열린 이번 행사에는 150여 개에 달하는 참가신청서가 접수되어 전남 관내 고등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의지가 돋보였다.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바탕으로 선발된 전남 38개 고등학교 학생 60명은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역사 탐방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연북정(당시 조천 주재소)에서 제주사대부고 박진수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연북정(당시 조천 주재소)에서 제주사대부고 박진수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학생 60명을 모둠별로 인솔하는 6명의 분임 강사는 활동에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세심하고 안전하게 일정을 운영하였으며, 현장 해설 및 특강을 진행하는 6명의 전문 강사들은 역사 탐방 교육 내용을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첫째 날은 제주 3대 항일운동(법정사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제주항일기념관을 살펴보고 조천만세운동의 현장(만세동산, 김장환 생가터, 비석거리, 조천주재소 터)을 탐방하며 제주의 항일정신을 생생하게 체험하였다. 이어서 현기영 소설 『순이삼촌』의 무대인 북촌 마을에 조성된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방문하여 4·3항쟁 당시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으로 발생한 국가폭력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여수고 양홍석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여수고 양홍석 선생님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마지막으로 일제의 수탈과 착취에 저항했던 해녀들의 항일 노력을 기리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을 방문하여 제주 해녀들의 열악한 삶을 이해하고 생존권 투쟁을 넘어 항일운동 연대로 이어진 그들의 저항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기념하였다.

저녁에는 서귀포여자중학교 한상희 교감으로부터 ‘제주 역사와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들으며 제주도 푸른 바다·아름다운 섬 이면에 숨어 있는 제주인의 아픔을 이해하였다. 4·3이 바꿔놓은 제주인들의 삶을 조명하며 ‘악의 평범성’에 맞선 ‘선의 시민성’ 실천의 중요성을 배우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어서 역사 탐방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미션 주제를 추첨하고 모둠원들이 더욱 친해지기 위한 모둠 세우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어색했던 첫 만남과 달리 어느새 모둠별로 친밀한 관계성이 형성되며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제주 역사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귀포여자중학교 한상희 교감 선생님의 특강
‘제주 역사와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귀포여자중학교 한상희 교감 선생님의 특강
여수고 양홍석 선생님과 분임 강사들이 진행한 모둠 세우기 활동 (아이스브레이킹, 역사퀴즈 등)
여수고 양홍석 선생님과 분임 강사들이 진행한 모둠 세우기 활동 (아이스브레이킹, 역사퀴즈 등)

둘째 날은 1918년 승려들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 700여명이 함께 무장 투쟁을 벌였던 법정사 항일운동을 기념하는 상징탑과 주요 가담자 66명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를 방문하였다. 학생들은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제주에서 일어난 무장 투쟁의 발상지를 직접 살펴보며 국권 회복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함께 기렸다.

이어서 영화 ‘지슬’의 배경이 된 해발 300m 중산간 마을 동광리를 찾아 무차별 학살과 방화로 초토화된 이후 터만 남아 있는 무등이왓 현장을 탐방하였다. 4·3항쟁 이후 재건되지 못하며 ‘잃어버린 마을’이라 불리는 상황을 통해 학생들은 유가족들이 겪었을 깊은 트라우마에 공감할 수 있었다.

법정사 항일운동의 주역 66인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의열사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 모습
법정사 항일운동의 주역 66인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의열사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 모습

이후 한림읍으로 이동하여 1919년 만세운동 주동자로 옥고를 겪고 창씨개명과 신사참배 반대에 앞장을 섰던 강문호 지사 기념비, 4·3항쟁 희생자로 턱이 없이 살다 간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집을 방문하며 인물 중심으로 제주 항일운동과 4·3의 역사를 살폈다. 마지막으로 대정읍으로 이동하여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군사시설인 알뜨르 비행장을 탐방하였으며, 6·25전쟁 예비검속 학살터이기도 한 섯알오름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결7호작전’에 의해 7만여 명의 일본군이 제주도를 요새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송악산 일제 동굴 진지를 방문하였다.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무등이왓 마을을 바라보는 학생들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되어 터만 남아 있는 무등이왓 마을을 바라보는 학생들

학생들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제주인들이 겪었을 나라 잃은 설움과 국가폭력의 아픔을 살아있는 현장 교육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4·3 피해자인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집을 둘러보는 학생들
4·3 피해자인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집을 둘러보는 학생들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 모습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 모습
섯알오름 일제 고사포 진지에서 전영미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들
섯알오름 일제 고사포 진지에서 전영미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들
송악산 절벽에 조성된 일제 동굴 진지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의 모습
송악산 절벽에 조성된 일제 동굴 진지 앞에 모인 역사 탐방단의 모습

저녁에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양성주 외무부회장으로부터 ‘나의 마을과 가족을 통한 4·3의 기억’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들으며 행방불명 수형인 유가족의 삶을 생생하게 이해하였다. 이어서 자주·민주·평화·통일·저항·인권을 주제로 한 모둠별 발표를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역사 탐방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토대로 뮤지컬, 연극, 노래, 가상신문, 자작시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해당 주제를 표현하였다.

짧은 준비 시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톡톡 튀는 재치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났으며 각 모둠은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발표에 임하면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의 마을과 가족을 통한 4·3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주4·3유족회 양성주 부회장의 특강
‘나의 마을과 가족을 통한 4·3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주4·3유족회 양성주 부회장의 특강
모둠별 주제 발표 미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모둠별 주제 발표 미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1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1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2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2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3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3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4
모둠별 주제 발표 모습 4

마지막 날은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조성된 4·3평화공원을 방문하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시관을 관람하였다. 이어서 관덕정 일대 제주 옛 도심을 골목골목 누비며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장소들을 찾아 나섰다. 학생들은 해방 이후 새 나라 건설을 향한 제주인의 열망과 항쟁의 발자취를 함께 걸으며 그날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이번 탐방에 참가한 장서준(광양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다시는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을 기억하며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해야겠다.”라고 다짐하였다.

또한, 임지애나(담양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제주의 역사 현장을 매개로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배움으로 이어지는 초월적인 경험을 했다.”며 “수많은 참극 위에 세워진 가치가 다시 파괴되지 않도록 깨어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충기(5·18민족통일학교 회원) 분임 강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를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기는 시간이었다.”면서 “역사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만나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역사 탐방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자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역사 탐방단 모습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역사 탐방단 모습

이번 탐방의 교육과정 구성과 해설을 맡은 양홍석(여수고등학교, 전남대 대학원 역사교육전공 석사과정 파견) 교사는 “제주 현지의 역사 교사와 해설사, 유가족을 강사로 초청하여 더욱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항일운동 유적과 일제 군사시설을 통해 당시 제주인의 삶을 이해하고, 일제강점기 사회 모순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해방 정국 상황이 어떻게 4·3항쟁과 연결되는지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구성했다.”라고 해설 취지를 밝혔다.

장마철 궂은 날씨의 어려움 속에서도 진행된 항일역사탐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전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게 하고 민주·인권, 평화·통일의 정신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덕정에서 제주사대부고 송시우 선생님으로부터 제주 옛 도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관덕정에서 제주사대부고 송시우 선생님으로부터 제주 옛 도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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