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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책방, 네모난 창문 속 네모난 책에 퐁당 빠지다

문향고 독서토론글쓰기반 친구들이 만난 동네서점 ‘네모책방’

  • 입력 2023.06.07 19:07
  • 기자명 문향고등학교 홍보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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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신가매결길에 자리 잡은 네모 책방은 2022년 9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함께 문을 열었다.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와 깔끔한 디자인, 은은하게 풍겨오는 커피 향과 특유의 종이 냄새가 조화롭게 풍겨오는 이곳에서 문향고 독서토론글쓰기반(책이랑 놀자)과 함께한 선생님들이 서진영 책방지기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Q1. 책방 이름이 ‘네모 책방’인 이유가 있나요?

-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멋있는 책방 이름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멋진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고르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어느 날 저녁, 책방의 불을 다 켜놓고 밖에서 바라보는데 네모인 창들이 환하게 보이는 거예요. ‘책도 네모니까 다 네모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어요. 라틴어에서 네모라는 말이 ‘아무것도 아니다, 없다’라는 뜻이 있어요. 말은 아무것도 없는 무형의 소리로 뜻을 전달하지만, 책은 글의 형태로 완성되면 많은 것들이 들어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네모 책방’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Q2. 어떤 책방을 만들고 싶었나요?

- 특정 책을 파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서점을 만드는 것이 네모 책방의 모토예요. 제가 다양한 방면의 책을 좋아하다 보니 특정 분야의 책만 놔두기에는 양이 차지 않더라고요. 학생 때는 사회, 과학책을 많이 봤고, 나이가 들면서 소설이나 에세이도 즐겨 보긴 해요. 어쨌든 여러 방면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저의 책방에도 여러 분야의 책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책으로 구성했어요. 옆쪽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공간은 독서 모임을 하기 위해서 만든 공간입니다. 누구나 와서 차분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3. 네모 책방에서 특별히 하는 활동이 있나요?

- 저 같은 경우에는 책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북 큐레이션 강의나 북 큐레이션 봉사활동, 그리고 초등학생이나 성인들 대상으로 북아트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본격적인 활동은 내후년에나 하게 될 것 같아요.

Q4.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좋아하는 장르나 있나요?

- 앞서 말씀드렸듯이 보편적인 서점을 만드는 게 제 목표라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제별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할 때는 관심사를 반영합니다. 이번 달에는 동물권을 주제로 한 코너를 운영해서 동물 관련 책들이 많아요. 또 5월에는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내용으로 초등학교에서 강의한 적도 있어서 5.18을 주제로 한 코너도 있어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책도 여러 권 준비해놨어요. ‘아니 에르노’의 책으로 5~6번 독서 모임을 주최하기도 했고요. 근데 아까 문향고 친구가 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책을 고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 고등학생이 읽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어쨌든 저는 두루두루 좋아하고, 두루두루 선정하고 있어요.

Q5. 책방을 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책방에도 없는 책을 비치했는데, 누군가가 그 책을 골랐을 때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 책을 읽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너무 좋아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또 어떤 때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데, 나와 같은 선택을 했구나 싶어요. 그래서 책이 좋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책 한 권을 통해서 같이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깐요.

Q. 학생들에게 책, 혹은 독서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은?

- 순수하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학생 신분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대학생, 직장인이 되면 분명한 목적을 가진 독서가 되기 쉽습니다. 그것 또한 좋지만,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읽고, 그 책을 통해 다른 책으로 확장해 나가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학생때인 것 같아요.  지금의 학생들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그만큼 여유가 없겠죠. 그렇지만  책들이야말로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의지할 수 있는 다른 의미의 동반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 진행_ 문향고 2학년 김사랑

책방지기와의 인터뷰로 우리는 책방지기님과 더욱 가까워졌고, 이 책방에 있는 책들에 애정이 더해졌다. 문향고 도서관에 둘 책들도 모두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의 리스트를 찾아보고, 추천하는 책을 사는 것보다, 직접 보고 만져본 책들에 더욱 애착이 간다. 책놀(책이랑 놀자) 학생들이 신중하게 고른 책들은 문향고 도서관에서 2주간 특별 전시를 했다. 학생들이 네모 책방에서 골라온 책들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쏟는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오늘도 소리 내 책 한 권을 읽으며 즐거워하는 학생을 보니 마음이 따스해진다.

 

*문향고 책놀(책이랑 놀자) 독서토론글쓰기반은 매년 2~3곳의 독립서점을 찾아, 책방지기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동네 책방의 색깔이 물씬 풍기는 책들을 사 학교 북 큐레이션 코너에 소개합니다. 2020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8번째 방문한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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