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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는 싫어하지만, 듣는 건 좋아하네요!

천차만별의 아침독서시간과 교육격차 해소에 관하여

  • 입력 2023.03.06 10:29
  • 기자명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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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예전부터 아침독서 시간이 있었다. 등교해서 1교시 전까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물론, 이 시간에 학급문고나 집에서 가져온 책과 만화만 보는 건 아니다. 못해온 숙제나 학습지를 재빨리 하기도 하고, 잠을 자거나 노는 아이들도 있다.

수업 시작 전, 짧은 20~30분의 아침독서 시간은 이렇게 천차만별의 풍경이 펼쳐진다. 조용히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는 고급독자도 보이지만, 더 급한 일이 있는 아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올해, 처음으로 '아침독서 활성화' 공문을 보았다. 아침독서시간 프로그램을 공모하며 '아침대용식', '강사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작년까지 아침책읽어주기 활동인 '수북수북'을 진행했던 나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작년까지는 지원금이 없었지만, 그래도 책읽어주기를 4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책읽어주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교육복지사다. 취약계층의 학생들에게 눈길이 가는 사람이다. 집에서 책 읽어주는 문화를 경험해보지 않은 경아(가명)는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무척이나 반겼다. 혼자서 눈으로 보려면 지루하고 힘들지만, 소리내어 읽어주는 시간은 책에서 펼쳐진 이야기가 말로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아침독서시간이 재미나게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 아침 8시 40분이면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었던 수북수북 활동. 가끔은 아이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고, 담임선생님으로부터는 “계속 들어와 주세요. 애들이 읽기는 싫어해도, 듣기는 좋아하네요!”란 격려의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바란다. 아침독서시간 중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소리내어 읽어주는' 시간이 있기를. 그래서 책과 친해질 경험이 없었던 경아같은 아이도 점점 책을 좋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아침독서시간이 고독한 마라톤이 아니라 함께 해서 즐거운 책놀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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