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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성지 울타리에서 잘 자란 아들이 이 사회의 일원이 됩니다

우리 가족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시킨 학교

  • 입력 2022.12.29 11:02
  • 수정 2023.01.03 10:28
  • 기자명 우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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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월 어느 여름날 아들이 영산성지고로 전학을 와 첫 등교를 하였습니다. 전학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언제 철이 들려나 마음으로 애 닳고 속 태웠던 지난날들이었습니다.

영산성지로 전학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도시에서만 살던 아이가 시골학교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몇 날 며칠을 설득한 끝에 일단 다녀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광주로 다시 전학을 온다는 조건으로 간신히 등 떠밀어 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최선인지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릅니다. 모든 게 낯설고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 친구들을 사귀고 나아지겠지. 부디 이곳에서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적어도 이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고등학교 졸업장은 기본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컸으니까요.

다행히 친구들뿐 아니라 선배들과도 잘 지내고 선생님들께서도 잘 대해 주신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편해졌습니다.

영산성지고 울타리 안에서 아들 또한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친구처럼 때로는 형처럼 대해 주시며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과 염려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문제는 주말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귀가 시간이 늦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주 전화를 하게 되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불안함에 안절부절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밖으로만 도는 아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 영산성지고에 계시는 남수정 교무님의 도움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교무님은 일요일마다 아무 대가 없이 우리 가족에게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점점 아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오히려 아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했습니다.

아들은 소리없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믿고 기다리라는 그 말이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들은 제가 아는 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매번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아들에게 대한 믿음이 부족했나 봅니다.

아들은 소방관의 꿈을 키우며 영어공부를 하고 한국사 공부를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학교 헬스실에서 근력 운동을 하고 저녁에도 성지를 달리는 등 틈만 나면 운동을 한다는 그 말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올해 1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아들은 주말이면 분주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나갈 채비를 합니다. 이제는 밖에서 지내기보다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모습에 대견하기도 하고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응원과 칭찬에 아들의 어깨는 힘이 들어가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아들 못지않게 우리 가족에게도 큰 변화가 왔습니다.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언젠가부터 참으로 평온합니다.

선생님들 또한 그저 예뻐해 주시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아들은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아들과 관계된 일로 가끔 선생님께 통화 요청을 하면 늘 친절하게 받아주십니다.

2년 동안 담임을 맡아주신 이찬호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퇴근길 늦은 시간에 전화 드려도 언제나 변함없이 괜찮다고 하시며 응해주시던 선생님. 저와 아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시던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께 받은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한때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아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대학 진학을 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기대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아들 또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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