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참 이상한 학교, 영산성지고등학교

아이도 엄마도 공부하게 만드는 학교

  • 입력 2022.07.05 10:49
  • 수정 2022.07.07 09:00
  • 기자명 김헌주 학부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들어가는 일요일, 난 오늘 아들이 무슨 음식재료를 준비해 가야 하는지 조금은 긴장한다. 미리 얘기하면 좋으련만 일요일 오후에 얘기하니 준비할 시간을 안 준다. 몇 번을 티격태격하다 이제는 알아서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쿠팡에 고기를 주문한다.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는 것이지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자기성장 프로젝트 시간에 기타를 연습하는 종윤이 , 요즘은 명진샘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자기성장 프로젝트 시간에 기타를 연습하는 종윤이 , 요즘은 명진샘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 시간, 방과후 식물자원 시간엔 김영환 선생님은 아이들과 요리를 한다. 메뉴도 다양하고 1년 내내 겹치지도 않는다.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어찌하는지 선생님의 부단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이 되니 나중에 혼자 해먹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대충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리라. 음식을 한다는 게 먹는 건 쉽지만 하는 건 쉽지가 않다는 것을 주부들은 다 안다. 재료 준비하고 손질하고 맛을 내기까지...

방과후 식물자원을 맡고 있는 김영환 선생님과 요리를 하며 사제의 정을 나눕니다.  
방과후 식물자원을 맡고 있는 김영환 선생님과 요리를 하며 사제의 정을 나눕니다.  

참 이상한 학교다. 인성중심 학교라고 보낸 학교였는데 더 많은 걸 주신다. 아이도 공부하고 엄마도 공부하게 하는 학교이다. 결혼 18, 친정엄마는 결혼하면 평생하는 부엌살림이라며 나는 부엌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다. 덕분에 편하게 살아 감사했지만, 결혼하고 밥도 제대로 못하고 국하나 제대로 끓이지 못해 곤란했다. 그래서 요리책과 요리 도구들을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레시피에 나온 대로 일일이 무게까지 재어가며 음식을 했는데도 맛이 나지 않았다. 책이 잘못될 일이 없다며 똥손인 나를 구박했다.

 뭐든 직접 해보며 쌓은 경험치만큼 몸도 마음도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뭐든 직접 해보며 쌓은 경험치만큼 몸도 마음도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정보 습득 방식은 우리와는 다르다. 우리는 책으로 배운다면 아이들은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와 맞는 걸 고르는 세대들이다. 유튜브에 수많은 요리 채널을 보며 나와 맞는 채널을 구독하고 검색창에 먹고 싶은 음식의 키워드를 누르면 맛집부터 맛있게 만드는 방법까지 좌르르르~~~지금의 나는 우리 아들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내가 아는 최고의 직업군은 ''자 직업이지만 내가 모르는 직업군 중에서 진짜 아들과 맞는 직업이 있지 않을까? 직장을 선택해야 하는지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직은 엄마인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길라잡이가 될수있을까? 그러나 난 믿는다. 소통이 잘 되는 학교샘들이 있으니 아들이 지금 바른길로 가고 있다고. 아들과 난 아직도 주파수가 잘 맞지 않는다. 계속 삐그덕 거리는데 굳이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방과후 시간 , 마을 곳곳에 놓을 벤치 만들기에 돌입한 종윤이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방과후 시간 , 마을 곳곳에 놓을 벤치 만들기에 돌입한 종윤이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아들은 이제 나와의 소통보다는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더 잘해야 하는데 잘하고 있는 듯 하다. 작은 사회에서 미리 경험하고 있다. 학교에 가면 아들 칭찬 일색이다. 뭐든 잘하고 솔선수범한다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일주일 학교 생활에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서는 누워만 있는 거라고 나를 이해시켜본다. 아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만족하는 학교인 것 같다. 내가 끼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이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만족하는 학교,  엄마가 끼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아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만족하는 학교,  엄마가 끼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무슨 일이든 두려움 없이 해 보려고 하는 생각, 편식하지 않은 식성, 자기와 다름을 알고 인정하려는 아량. 고등학교 3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내년엔 고3이라 대학이든 직업이든 선택을 해야 하는 아들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엄마인 나와는 잘 못해도 샘들과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한 신뢰가 생기는 학교다. 머물러 있지 않고 변화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는 샘들이 계시니 난 믿는다. 그리고 뭘 선택하든 지지해 줘야지 하고 주문을 외운다.

 


저작권자 © 전남교육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