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교어린이회장 부럽지 않아, 난 책 읽어주는 선배니까!

  • 입력 2021.12.09 10:16
  • 수정 2023.02.07 17:57
  • 기자명 최은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일 아침, 도움반의 영희(가명)가 복지실 앞에 서 있습니다. “어제 책을 못골랐어요.” 함께 책을 골랐습니다. “너, 5학년 들어가야 하는데···” 지난주 1학기 전교어린이회장 진한이가 그 반에 들어가서 애를 먹었다고 투덜거린 기억이 나서 걱정을 했습니다. “할 수 있어요!” 자그마한 영희의 대답이 다부집니다. 수학은 못하지만, 읽기 실력은 꽤 좋은 영희니까요. 

1년 차이라 선배를 어려워하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있으니 이왕이면 재밌는 책을 골라주어야 했습니다. 어제 구례공공도서관에서 신간 그림책을 빌려오길 잘했습니다. 문수의 비밀이 눈에 띄었습니다. 출판사도 창비, 작가는 루시드 폴입니다. 가수가 그림책 이야기를 쓴 것같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첫 번째 장도, 두 번째 장도 한 문장입니다. 경쾌하게 10분 안에 읽어줄 수 있는 가벼운 내용같습니다. 제목도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이거 할래?” 다행히 영희도 좋다합니다. 

다른 6학년들은 짝을 지어 2인 1조로 후배들 교실에 들어가 벌써부터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영희는 혼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따라갔습니다. 5학년들은 뭐가 바쁜지, 과제가 있는지, 4절 포스터를 들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여러분! 수북수북 왔습니다. 오늘은 6학년 이영희 선배입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반기지도 않고, 저희들 일이 더 바쁩니다.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책 제목과 출판사와, 작가를 읽어주고, 영희의 그림책 읽어주기가 시작됐습니다. 
“아빠는 나를 너무나 몰라” “아빠는 나를 잘 몰라” 영희는 너무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그림을 아이들 쪽으로 향하게 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5학년 아이들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저는 모릅니다. 바로 교실을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아홉 시가 되기 전, 영희가 책을 가지고 복지실을 다시 왔습니다. “애들이, 저 가지 말래요. 여기 계속 있으면 좋겠대요.” 그 말을 들으니, 책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희의 표정은 환했고, 목소리도 자신만만했습니다. 아마도 5학년들은 깜짝 놀랐을 겁니다. 체구가 아주 작은 도움반 선배가, 교실로 들어와, 읽어주는 목소리가 신기하게도 귀에 쏙쏙 들어왔을 테니까요. 

영희의 매력은 빨강머리앤처럼 이야기하기입니다. 그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아침책읽어주기 수북수북에 영희가 빠질 수 없죠. 마침 12월부터는 6학년들이 수북수북을 진행하기로 했으니, 수요일이면 영희는 학교 오는 게 더욱 즐겁습니다. 참, 문수의 비밀은 루시드 폴의 노래를 그림책으로 만든 신간이었습니다. 노래보다 그림책이 더 재밌습니다.

 

 



저작권자 © 전남교육통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