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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현미밥을 지으며 / 이상인

  • 입력 2021.08.03 09:51
  • 수정 2021.09.03 16:13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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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밥을 지으며

이상인

 

드디어 코를 씩씩 불어대는 밥솥의

힘찬 가슴앓이,

밥물이 잦아들 동안

그대의 듬직한 뒷모습을 떠올려보고

그 뒤에 찐득하게 붙어있는

몇 알 잘 익은 숨소리를 눈여겨보네.

 

밥상은 늘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니지

다숩고 고소한 밥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

꺼끌꺼끌한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나야

여러 사람이 나눌 수 있는 고봉밥 되느니

 

그래 난 지금

그대가 보내준 쌀 포대자루에서 몇 줌의

밥을 지어내고 있으니

왠지 올 것 같지 않던 내일이

피붙이처럼 문 두드리며 들어설 것 같고

함께 들어서는 키 큰 희망이

반갑게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할 것만 같아

매향 피어나는 봄날처럼 가슴 설레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진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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