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는 목욕했을까
어제 끊어놓은 상추 한다발
씻으려 수돗물 틀었을 때
지네 한마리 고개를 내밀고
요리조리 수영을 한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예전같았으면 집게로 꽉 집어
패트병에 담고 주둥이를 닫았겠지만
오늘은 살짝 집어
집밖 멀리에 놓아주고 왔다
그리고 다시 상추를 씻고
아삭아삭 겉절이를 만들어
막 한 젓가락 집으려다 문득,
'지네가 목욕은 했을까' 가 궁금해졌다
달팽이 때는 안그랬는데
녀석이 있던 상추를 먹으려니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것도 차별일까
지구의 날,
지네를 살린 건
정말 잘한 짓이었는지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