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발말똥게
이상인
감쪽같이 교문을 들어와
넓은 운동장을 잽싸게 가로질러
그러나 2학년 복도에서 들켜
팔 들고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이 기분 나쁜지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서 달래도
큰 집게발을 높이 쳐들고
붉으락푸르락 딱딱거린다.
게 섰거라, 고함에도
슬그머니 옆걸음질 쳐
유유히 현관문을 빠져나가는
붉은발말똥게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