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하늘
이상인
나비 한 마리가 무밭을 뒤집다.
손바닥 푸른 손금 안에, 생각을 낳는지
소리도 없이 몇 초씩 머물러서
내 등허리 간지럽다.
문득 어깨를 들썩여보니
노란 알에서 깨어난 추억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얼마를 아슬아슬 디디며 견디어야
둥근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나
나부끼는 생, 몇 장 독파하고 나니
펼치는 힘찬 나비의 날개 짓
허공에 물결무늬 투명하게 새겨진다.
이상인 약력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