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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이 좋을까?

스스로 지는 짐은 결코 무겁지 않단다

  • 입력 2020.04.06 15:21
  • 수정 2020.04.07 11:59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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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른들은 '걱정 없는 어린 시절이 좋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어른들은 세상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답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바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어른이 되어도 아니 죽는 순간까지 걱정하고 즐거워하며 고민하고 기뻐하는 게 삶이다.

 

아이들아! 그냥 주어진 일에 쫄지 말고 부딪혀라.
아이들아! 그냥 주어진 일에 쫄지 말고 부딪혀라.

 

어른이 되었다고 걱정이 없고 고민이 없진 않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아파하고 생각하며 대안을 찾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나름 할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걱정 또한 많다.

그냥 노는 것 같지만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고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 큰 짐을 매일매일 안고 살아간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을까?

여기서 위인(偉人)들의 어린 시절을 말하지 않더라도 삶에서 걱정과 고민 그리고 고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다.

잠시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97년 작품)'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자.

초등학교 2학년 아마드는 네마자데에게 그의 공책을 꼭 갖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구는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퇴학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아마드는 노트를 전해주기 위해 친구집을 찾아 나선다. 결국 찾지 못하고 온종일 헤맨다. 그런 와중에 길가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아마드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킨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의 친구가 "담배 여기 있지 않나?"하고 말한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알고 있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어른 말을 듣도록 버릇을 들여야 하거든.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자제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해도 어른들의 권위를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아이들에게 매를 들어야 해"라고 말한다.

결국 할아버지는 아마드에게 아무 의미 없는 심부름을 시키면서 친구에게 공책을 갖다 주려는 동심의 아픔을 짓밟는다.

 

어른들의 권위를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아이들에게 매을 들어야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살면서 걱정이 없으며 다만 무의미하게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위엔 이런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다. 할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심부름을 시키며 권위 의식을 확인하는 꼰대 같은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놀이의 시간도 많이 주어야 하지만 걱정할 일거리도 종종 주어야 한다. 아이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성장통을 겪고 생각 나무도 가슴에 심어야 한다. 이런 과정 있어야 아이는 자아와 삶을 더 확장할 수 있다.

잠시 영화의 마무리 장면을 보자. '아마드는 결국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전하지 못하고 밤새 집에서 친구의 숙제까지 마친다. 다음날 선생님은 어김없이 숙제 검사를 했고 네마자데는 겁에 질려있다. 그때 아마드는 "내가 대신 해 왔어"하고 공책을 슬쩍 건넨다. 선생님은 "아주 잘했어"라고 칭찬한다.'

지금도 아마드와 네마자데가 밤새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도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여린 동심으로 아파한다.

아이들아! 많이 아파해라. 그 아픔은 너를 잠시 고통스럽게 할지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아이들아! 많이 걱정해라. 그 걱정은 너를 잠시 힘들게 할지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큰 내성을 줄 것이다. 그냥 주어진 일에 쫄지 말고 부딪혀라.

기억하거라. 스스로 지는 짐은 결코 무겁지 않단다. 혹 도전하다가 그 일을 해결할 수 없으면 그때 어른들을 찾아라. 그래도 결코 늦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어른들은 아이들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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