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이상인
도라지꽃을 보면 왠지
쓸쓸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가난하고 안쓰러운 얼굴들이
맑은 산골 물소리처럼
내 앞을 흘러 지나간다.
뻐꾸기 울음소리도 섞여 지나간다.
그 이들은 하늘로 올라가서
모두 둥그런 별자리가 되어
눈을 깜박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승에서 쓸쓸하게 살아가는 것은
죽어서 별이 되는 과정이라고,
이따금 그 별들이 잠시 내려와
도라지꽃으로 피는 거라고
가만가만 이야기해 주는 거다.
나도 문득 밤하늘에
푸른 별이 되고 싶어져서
도라지 곁에 마냥 서 있었는데
그 사이에도
누군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몇 명의 낯익은 별은 내려와
도라지꽃으로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