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일홍 / 이상인

2021-06-03     이상인

백일홍

이상인

 

한때 나는
내 생이란
당신 곁에서 백 번을 웃음 지어보다가
지쳐서 떠나는 것인 줄 알았다.

혼자서 생각을 곱씹으며
가슴 속에 흐드러진 분홍빛 풍경을
당신에게 백일 동안 보여주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때
그 분홍빛 웃음소리 다 사그라지면
그저 또다시
당신의 미소를 뜬구름처럼 그려보며
오래 침묵해야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