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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은행나무의 손편지 / 이상인

  • 입력 2021.11.03 18:00
  • 수정 2022.01.06 11:58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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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손 편지


늘 거기에 우뚝 서 있는

그의 가슴 속에서는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더러 철새 날아오는 소리도 들리고

 

날마다 높다란 키로

하늘 깊숙이 고개를 들이밀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캐내곤 했다.

사람들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리라 믿었지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늘 거기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러던 그가

늦은 가을 어느 날

노란 손 편지를 날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그 편지에서

기쁨과 희망을 읽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미래를 읽기도 하고

 

오늘도 은행나무는

하늘의 말씀과 땅의 소원에

귀 기울이며

거기 성자처럼 우뚝 서 있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우송문학상 수상. 진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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