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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의 차이

인간이 침팬지보다 더 우수한 존재일까

  • 입력 2021.08.13 09:27
  • 수정 2021.08.13 11:41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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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유전자는 인간과 99%나 같다고 합니다. 인간은 나머지 1% 덕분에 인간으로서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인간이 침팬지를 넘어서는 존재임을 나타내는 증거는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인간은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교육을 받고 앎의 기쁨을 누리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침팬지가 교육을 받더라도 인간처럼 되지 못합니다.

1%의 차이는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간극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침팬지보다 더 우수한 존재일까요? 야생에서는 인간이 침팬지를 당해내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환경을 더럽히고 과소비로 지구를 몸살나게 하는 기후변화의 주범은 인간임을 생각하면 침팬지에게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며 다른 생명체를 지배하는 것도 모자라 같은 인간끼리도 짓밟으며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행태는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습니다.

지구를 멸망시키는 존재는 인간이 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지구에 나타난 생명체 중에서 가장 악한 존재가 인간이라고. 해가 다르게 이상기후를 보이는 지구의 모습, 지구 반대편에서는 굶주림과 질병으로 날마다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과 부분별한 개발로 오염되는 토양과 해양의 모습은 그런 전망이 결코 허언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합니다.

사자나 호랑이도 필요할 때에 필요한 양만큼만 사냥을 하지만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소유하고 많이 먹기도 합니다. 1%의 다름은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 구별되는 것처럼 개성일뿐입니다. 외모가 뛰어나고 부자인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존엄하지 않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다름이 아닌 엄청난 차별로 작용합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로서 사람이나 개미 한 마리는 전 우주적으로 볼 때 도찐개찐이 분명합니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으니 영생을 꿈꾸는 종교를 찾기도 하고 살아있는 동안 현재를 즐겨야 한다며 더 많이, 더 높이 오르려고 안달하며 삽니다. 부귀와 명예도 모자라 권력을 쥐려고 애씁니다.

나는 '꿈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코티시폴드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입니다. 기른다기보다는 함께 산다는 표현이 더 맞습니다. 녀석의 일상을 보면 사람인 내가 그 녀석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전자로 분석하면 침팬지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지녔을 것 같지만.

녀석은 제법 큰 집에서 밥집사와 화장실집사를 거느리고 아무일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먹고 자고 쉬면서도 사랑을 받습니다. 아무리 주인이라지만 아무 때나 만지게도 하지 않을만큼 도도합니다. 얻어 먹고 살지만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는 대단한 자존심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냅니다.

녀석은 어울려 살지 않아도 외로워 하지 않으며 홀로 있는 고독을 즐기기까지 합니다. 나는 그런 녀석을 보며 인간이 고양이보다 나은 게 뭔지 깊이 생각하곤 합니다. 단벌 옷에 목욕을 하지 않아도 냄새조차 나지 않는 부지런함은 사람인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날마다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 입어야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는 나에 비해 녀석은 소유하는 게 하나도 없어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스승의 덕목을 지닌 생명체여서 가끔은 녀석을 숭배합니다. 미래의 인간상은 고양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수긍이 갑니다.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직업이 없이도 소외되지 않고 하루 16시간 잠을 잔다는 고양이의 타고 난 생존력은 살아있는 동안 힘껏 즐기는 모습이니 대단한 생명체입니다. 집고양이로 선택 받은 덕분이긴 하지만.

때로는 내 간식비보다 녀석의 간식값이 더 많을 때도 있습니다. 잘 먹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끼지 않게 되니까요. 자식을 기르는 마음이기도 하고 인간보다 훨씬 짧은 수명이라 가엾은 마음도 한몫 합니다.

무엇보다 말이 필요 없는 사이라서 친구로서는 최상입니다. 눈을 깜빡이는 것만으로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교환할수 있으니 인간이 배울점입니다. 인간은 표현하지 않으면 결코 그 마음을 알길 없으니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존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녀석의 발소리는 아파트에 살기 쉽도록 매우 조용하니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사람보다 백 배나 낫습니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우수한 유전자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그 인간보다 더 우수한 생명력으로 자신을 지키며 존재감을 뽐내는 동물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최소한만 먹고 오염물질을 내놓지 않으며 무소유에 가까운 삶을 사는 그들은 분명 스승이 분명합니다. 삼복 더위에 털옷을 입고 땀구멍도 없이 이 여름을 나는 우리 집 고양이 꿈이의 유전자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사람이 저들보다 더 나은 덕목이 무엇인지 누구한테 물어야할까요? 인간과 단 1%만 다른 유전자를 지닌 침팬지는 인간을 부러워할까요? 인간은 유한한 시간을 살면서도 쓸데없는 일에 몸과 마음을 쓰며 부질없이 산다고 나무라진 않을까요? 그러고보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던 붓다의 가르침대로 사는 건 우리 집 고양이가 아닌지 녀석과 눈인사로 물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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