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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준, 친한언니 엄마는 베트남어 선생님!

  • 입력 2021.06.23 08:08
  • 수정 2021.06.24 17:01
  • 기자명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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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엄마가 밉다. 한국엄마처럼 놀아주지 않아서이다. 회사를 쉬는 날에 엄마는 스마트폰만 한다. 그래서 **이는 아빠만 좋아한다. 딸바보인 아빠는 **이를 위해서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올 정도이시다. 그래서 **이는 버릇이 없기도 하다. 그런 **이가 베트남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친한 언니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이를 아동센터까지 태워다준다. 오늘은 수업을 마치고, **이가 선생님에게 묻는다. “하노이 알아요? 우리 외할머니집이 거기 옆이에요.” 그럼그럼. 선생님은 **이 엄마도 잘 안다. 그래서 삐져있는 **이 마음도 잘 안다.

선생님은 가끔씩 간식을 들고오셨다. 오늘은 마침 소나기가 내리는데 치킨이라니! 복지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베트남어를 배우는 친구들 외에, 그냥 놀러온 친구들까지 먹었다. 자기들 양이 줄었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나눠먹는 재미는 쏠쏠했다. 이중언어 첫날, 교재가 도착하기 전이라 월남쌈 요리로 수업을 시작했다.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직접 만든 소스의 맛과 향이 일품이었다. 베트남어에는 관심없었지만, 베트남요리에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선생님이니까 그집 아이들이 친구들을 또 모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베트남어 이중언어 팀이 모아졌다. 

**이는 처음엔 베트남어에 관심도 없었다. 엄마랑 친해지려면 베트남어를 배워야지! 말해도 아동센터 가야할 시간이라고만 했다. 선생님은 **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의 동의를 받고, **이를 아동센터까지 태워주기까지 한다고 했다. 그렇게 **이는 화요일마다 베트남어를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엄마는 나랑 안놀아줘요.” 엄마에 대해서는 이 말밖에 할 줄 몰랐던 4학년 **이 입에서 딱 한 번 가보았던 외갓집 얘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배운 베트남어를 엄마한테 했더니, 엄마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는 말도 전했다.

전라남도 국제교육원의 ‘이중언어교실’에 선정되고, 교육복지실에서 학부모님을 모셔 ‘베트남어교실’을 4월부터 열었다. 20차시 수업이라 언어 습득까지는 어렵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온 친한언니 엄마가 어느 상담선생님 못지 않게 **이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었다. 교육복지사인 나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서류는 서투르다면서도 학생모집에, 간식까지 손수 챙기는 이 베트남에서 온 여성을 아홉 번이나 만난 나는 기쁘기 짝이 없다. 이제 한 번밖에 안남았다. 나는 그분에게 어떤 감동을 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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