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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은어떼 / 이상인

  • 입력 2021.06.15 15:37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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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떼

이상인

 

바다와 강이 힘차게 뒤따라왔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물방울들

앞장서기도 하고 다시 뒤로 돌아가

힘들어 하는 놈들을 밀어주기도 하면서

물살이 내리치면 칠수록

하나의 단단한 그림자가 되어

먼저 죽은 놈들의 이름을 불러주기도 하며

순백의 미소를 잃지 않는

수박향 나는

 

구례구역 앞 섬진 식당

한 순배의 술잔을 비운 사이

새로 손님들이 들어왔다.

식당 주인아저씨, 담뱃불을 내던지더니

뜰채를 들고 수족관으로 다가가

파닥거리는 한 무리의 은어들을 떠간다.

떠가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이제 몇은 세상을 뜨고

몇은 직장에서 퇴출되어

간신히 여기까지 함께 헤엄쳐 온

우리들의 지친 울음소리도

뜰채에 한꺼번에 싹 담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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