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주름살
이상인
강도 오래 살면 주름살이 늘어난다
청둥오리가 고갤 처박고 그 주름살을 파먹는다
그 힘든 세월을 강도 하염없이 흘러 왔다
이제 어디론가 또 흘러가려고
편히 드러누워 쉬고 있는 것
청둥오리가 막둥이처럼 강의 옆구리를 가슴을
물갈퀴로 자꾸 간질이며
열심히 굴곡진 주름살을 헤집고 다닌다
어느덧 강의 깊은 주름살도 펴지는 날이 있을 것이다
편지를 쓰듯 날마다 강에게 묻고 싶어서
강변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그동안 여기까지 살아오느라 정말 힘들었지
강이 기척을 하며
청둥오리 서너 마리 날려 보낸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