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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아야만 배가 바다로 간다.

공생하고 상생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세태에 대처할 수가 없다.

  • 입력 2021.04.12 11:41
  • 수정 2021.04.12 12:13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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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하고 상생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가 없다.
공생하고 상생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가 없다.

 

 

아직도 영웅을 찾고 있는가? 지금도 영리한 사람을 원하는가? 그런 사회나 직장은 비합리적이고 폐쇄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현재에 살기보다는 과거의 의식 속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유능한 사람과 착실한 사람으로 불리는 우등생 집단이나 착실 과장 부류에서 큰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시대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공생하고 상생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가 없다. 누구 말이 옳다가 아니다. 누구 말이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교무 회의를 할 때 참신한 아이디어를 무시하거나, 각주에 해당하는 사항을 놓고 트집을 잡거나, 낯선 제안은 검토하지 않고 안전한 선택지만을 고집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야.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지금 이 시점에 그런 복잡한 제안을 해서 많은 사람을 머리 아프게 하는 거야. 그렇게 일이 좋으면 당신이나 할 것이지 귀찮게 안했으면 좋게다"라는 Q부장의 핀잔에 많은 직원이 동조한다.

 

이런 회의라면은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차라리 하지 않은 것이 좋다. 정답과 결론을 정해 놓고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서 결론은 항상 버킹검이다. 이런 회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최소한의 토론은 있는 것 같지만 갈등도 없이 합의에 도달한다 점이다.

 

겉보기에는 합의에 도달했음에 분명하다. 회의도 원만하게 끝났으며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격려까지 한다. 이런 합의는 서로 간의 논쟁만 하지 않았을 뿐, 뻔한 답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이다. 이런 형식적인 회의는 조직을 망칠뿐만 아니라 개혁의 길을 가로막는 악습 회의의 단면이다.

 

 

누구 말이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 말이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예를 들어 학생 흡연에 대하여 회의가 시작되었다고 해보자.'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H 부장 : 요즘 학생들 담배를 정말 많이 피워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화장실 주위에 가보세요. 정말 가관입니다. 지도할 좋은 방안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Q 교사 : 혹 학생생활지도부에서는 흡연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셨는지요? 학생들이 왜 담배를 피우며 담배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질문지를 만들어서 흡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P 교사 : Q 선생님의 질문도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도록 교내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게 하면 좋겠네요. 도교육청의 공모사업에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여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 매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H 교사 " QP 선생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더불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요? 전교생을 대상으로 흡연학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개의 담배를 피우는지, 주로 흡연은 어디서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서 학생회와 공조하여 학생들 스스로가 담배를 줄여나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이지만 흡연량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것입니다. 만약 하루에 5개비를 피웠다면 일주일 간격으로 하나씩 줄이는 운동에 동참하게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열려있는 생활지도가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한 달 뒤에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해보고 심층 상담을 하는 것입니다.

 

K 교사 : 저는 지금 2년 동안 학생생활지도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선생님들의 의견은 한가한 대책에 불가합니다. 선생님들의 방안을 몰라서 실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잖아요. 학생생활지도부 선생님들이 얼마나 아침에 빨리 등교하는지 아십니까? 등교 후 교통지도, 급식지도, 생활지도 등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거기다가 수업 준비며 공무 처리며 몸이 열 개라도 감당할 수가 없어요. 그럼 내년부터 선생님들이 학생생활지도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면 되겠네요.

 

 

H 부장 : 정말 세 분 선생님들 참 한심하십니다. 요즘 학생들은 말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엄벌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학생부 선생님들이 얼마나 엄했습니까? 요즘 학생들은 무슨 고민거리가 많다고 담배질입니까? 우리 때와 비교해보세요. 정말 호강에 초를 치는 격입니다. 아무튼 학생생활지도부에서는 흡연학생을 적발 시 교칙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조회 시간에 학생들에게 꼭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혹 다른 의견 있습니까?

 

잠시 무거운 침묵의 흐른다. 모든 학교가 이렇게 회의를 하지 않겠지만 권위주의가 만연한 학교라면 그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가 없다. 가상적인 회의를 지켜보았듯이 사공이 많으면 정말 배가 산으로 간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과거의 생각에 매몰된 사람들이 넓은 바다로 향하려는 배를 산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회나 학교에는 사공이 많아야 한다. 사공이 많다는 것은 비판이 가능한 공간이며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열린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혹 그대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수록 작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혹 임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수록 작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우린 제임스 서로위키의 '대중의 지혜'라는 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는 "아무리 그 분야에 정통하고 해박한 전문가라도 그의 조언과 예측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취합해야만 한다. 복잡성과 불확실성 앞에서 한 개인에게 권한을 많이 부여할수록 나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그대는 영웅만을 찾고 있는가? 지금도 똑똑한 사람을 원하는가? 혹 임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수록 작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그것이 바로 필부의 만용을 버리는 보약이며 의미 있는 내일을 준비하는 명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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