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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구석 독서 모임'을 마치고

나비의 작은 날개짓

  • 입력 2021.03.30 10:16
  • 기자명 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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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끝나면 30분 가까이 걷기 운동을 한다. 그런 다음 조금 쉬었다 문해력이 약한 2학년 아이를 가르치고 나면 2시가 조금 넘는다. 지금까지 한 자씩 읽는 자모 읽기에서 못 벗어났는데, 몇 번 읽는 방법을 지도하니 제법 유창하게 읽었다. 하도 기특해서 교무실로 가서 교감 선생님에게도 읽어주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자 한 봉지 들고 왔다.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잘 읽었다며 칭찬해 주었단다. “조금 부끄러웠어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기쁜 마음으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문해력 공부를 끝냈다.

바로 이어 오전에 듣던 사이버 연수 1강을 마칠 요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2시 반부터 모둠별로 전문적 학습 공동체활동이 있습니다.” 업무 담당 선생님의 방송이다. 마음이 바빠졌다. 발표하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잊어버린 것이다. 발표할 내용을 참고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읽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같은 모둠원인 영양교사가 들어와 전학공을 어디서 할 것인지 물었다. 교장실보다는 도서실이 좋겠다고 하고선 시작 시간보다 늦지 않으려고 난필로 메모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을 소개하기로 한 날이다. 영양교사와 보건교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토론실이 아니라 바닥이 따뜻한 온돌방이다. 따뜻한 곳이 좋을 것 같아서란다. 앉은뱅이 작은 책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조금 기다리자 유치원 교사도 왔다. 병원 예약이 있다고 하며 영양교사가 먼저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기억 안아주기를 샀는데 다 못 읽었다며 다음에 발표하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미안했는지 이후엔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단다. ‘절대라는 말은 되도록 쓰면 안 되는데!’

두 번째로 보건교사가 예전에 읽었다며 당신이 옳다를 소개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토론 주제가 필요하다며 복사물도 몇 장 나누어 주었다. 유치원 교사가 소리 내어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감과 관련해 일종의 클리셰가 있다. 공감은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토달지 않고 한결같이 끄덕이며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전혀 잘못 짚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지친다.(이후 내용 생략)”

비록 세 명이었지만 공감과 관련된 많은 얘기가 오고 갔다. 공감과 경청의 차이가 무엇인지,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남녀 간 공감의 차이는 무엇인지,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 등. 모모의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상담전문가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책을 쓴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맞다’, ‘틀리다라고 할 수 없기에 그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소개했다. 자연, 인간, 생명을 키워드로 하는 책이다. 법정 스님이 쓴 책을 보고 읽었다. 피에르 라비는 사막이 넓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오아시스에서 태어나 낙타에 짐을 싣고 교역을 하는 대상들을 보고 자란다. 어느 날 프랑스 여행객을 만나 입양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하지만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어린 시절에 겪은 자연을 동경하며 아내와 함께 아무도 살지 않은 황무지로 간다. 수도와 전기도 없는 곳에서 가축을 기르며 버려진 땅을 옥토로 가꾼다. 종교와 음악,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자급자족하며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친환경 문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요즘 우리가 지나친 소비생활로 아파트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이야기에 서로 공감했다. 육식과 환경 문제는 연결되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소를 기르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얘기도 오갔다. 닭과 돼지, 소를 공장식 축사에서 기르고 부드러운 육질을 얻으려고 너무 빨리 죽임을 당한다는 얘기를 나누며 인간의 탐욕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육식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다 환경 문제로 이어졌다.

우리 세 명이라도 착한 소비를 하면 어떨까요?” 착한 소비가 무엇이냐고 물어서 친환경 생활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농약을 많이 쓴 것도 소비자가 과일과 채소를 고를 때, 깨끗하고 보기 좋은 것만 찾으니까 농민이 그런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 모임에는 그동안 각자 착한 소비를 실천한 내용을 얘기해보자는데 동의했다. “방구석 독서 모임에 담임 선생님들이 참여하면 좋겠는데요.” 유치원 교사의 얘기다. 환경과 관련하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도 읽어보자고 했다.

어느덧 시간이 1시간 반 가까이 흘렀다. 나머지 발표는 다음에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끝내버리는 것이 좋겠단다. 예전에 읽었던 , , 를 소개했다. 자기는 이 책을 읽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단다. 그 얘기를 듣고 예전에 읽었던 책은 도끼다가 생각났다. ‘많은 것을 깨우쳤구나! 나도 읽어봐야지.’ 책이 두껍기도 하고, 내용이 딱딱할 것 같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읽었더라면 많은 것을 공감할 텐데 말이다.

유럽인들이 잉카제국에 쳐들어와 최종 승리를 하게 된 것은 무기와 쇠뿐만 아니라 균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홍역, 천연두 등의 바이러스가 원주민을 거의 죽이게 된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축을 기르면서부터 전염병이 생겨났고, 지금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아쉬웠다.

도서관을 나서면서 교장 선생님과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라는 얘기를 했다. 나도 교사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해 본 것은 처음이다. 같이 토론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점들을 나눌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미처 몰랐던 선생님의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할 수 있어 좋다. 마음이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며 착한 소비를 하자고 한 약속이 생각나서 서둘러 샤워를 마쳤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실천하는지 다음 시간이 기다려진다. 우리들의 실천이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 불과하지만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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