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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레와 게으름뱅이를 다시 해석하자.

우린 때때로 게으름뱅이의 삶을 살아야 한다.

  • 입력 2021.03.29 08:29
  • 수정 2021.03.29 10:33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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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 속에서 한가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바쁨 속에서 한가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여러분의 뇌는 잘 쉬고 있나요? 많은 사람이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볼모로 잡는 게 사실이다. 오늘은 이 일을 끝마쳐야 하고 내일은 또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 항상 오늘뿐인데 왜 그리도 일을 못 해서 안달일까.

우린 어릴 때부터 교훈적인 삶을 배우면서 자랐기에 우리의 두 가슴에는 근면과 성실이란 단어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그중에서도 고사성어나 속담이 늘 곁에서 한몫 거들었다.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온‘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우공이산, 愚公移山)’라는 고사성어를 배웠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나이가 90에 가까운 우공(愚公)이란 사람이 왕래를 불편하게 하는 두 산을 대대로 노력하여 옮기려고 하자, 이 정성에 감동한 옥황상제가 산을 옮겨 주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앞을 가로막는 산까지 길로 만들 수 있다니 더 이상의 무슨 일을 이루지 못하겠는가?‘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와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까지 일의 중요성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일하기 위해 태어난’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다 보면 일은 한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계속해서 또 다른 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일하기 위해 태어난’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나 진화론적으로‘일하기 위해 태어난’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일상에서‘디폴트(Defalt)’란 말을 사용한다. 영어에서의 디폴트는 별도로 설정을 하지 않은 '초기값, 기본 설정값'을 의미한다. 생명 또한 작용과 반작용이 일어나기에 에너지를 소비한 만큼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초기값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혹 달리는 자동차에서 주변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액셀에서 발을 떼어야 하듯 우리 또한 종일 사용한 뇌를 초기화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여가를 병행해야 한다.

K씨는 바쁘게 하던 일을 멈추고 산이나 바다로 훌쩍 떠나기도 하고 분기별로 해외로 나가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다. 그는 아팠던 머리에 초기값을 부여했기에 심신에서 생각의 싹이 돋아났으며 색다른 상상력이 날개를 달고 머리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2001년, 미국의 마커스 레이클 교수는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때에 분주히 활동하는 뇌의 영역이 있다며, 그것을‘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 불렀다. 이처럼 쉬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하는 뇌의 활동을‘기본상태회로’라고 한다.

우린 동안 너 나 할 것 없이 일벌레로 살아왔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에게만 높은 점수를 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도 휴식이나 여가 생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자는 게으름뱅이요 꼴불견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잠자기 전까지 무언가를 하기 바쁜 현대인에게 잠깐씩의 여가 생활이 절실한 셈이다. 쉰다는 것은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시간이며 평소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영감과 문제 해결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휴식이나 여가 생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휴식이나 여가 생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일벌레와 게으름뱅이를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벌레라 불리는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학대하는 것이요, 게으름뱅이라 칭하는 사람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우린 때때로 게으름뱅이의 삶을 살아야 한다.

바쁨 속에서 한가함을 즐길 수 있는 여유야말로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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