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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로 산다는 것

H와 K교사는 모두 운명을 사랑했을 뿐이다

  • 입력 2021.03.22 08:23
  • 수정 2021.03.24 04:48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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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삶을 숭고할 뿐이다.
우리 모두의 삶을 숭고할 뿐이다.

요즘 일선 학교에 기간제 교사가 정말 많다. 이른바 기간제 교사라는 함은 정직이 아닌 비정규직 교사를 의미한다. 더 쉽게 말하면 임시 교사를 뜻한다.

그런데 이 기간제 교사의 대부분은 능력이 출중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 예의도 없고 불성실 하단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선배교사를 하늘처럼 모셨지. 얼마나 공부를 하지 않았으면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을까." 이런 식으로 개인 경험에 집착하여 기간제 교사를 무시하는 기성세대가 있다.

정말 그럴까? 과연 기간제 교사는 예의도 없고 불성실하며 실력까지 모자랄까? 교육현장에서 힘들고 복잡한 일은 거의 기간제 교사의 몫이다. 물론 부장교사가 앞에서 업무를 이끌어 주지만 많은 일을 기간제 교사가 뒷받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현직교사보다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정보화 시대에 맞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은 컴퓨터와 핸드폰 등 디지털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학생들과 소통하기도 쉬울뿐더러 PC를 잘 다루기 때문에 업무 또한 신속하게 처리한다.

K기간제교사의 업무를 살펴보자. K교사는 올해 3학년 담임과 학생기획을 맡고 있다. 자율학기제가 실행되다보니 2개 이상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말까지 출근하여 독서모임을 지도하고 있다. 당연히 수업은 기본이요 처리해야할 공문은 산더미처럼 넘쳐난다.

그런 K교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홀연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K교사의 생활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혹여 어떤 안건에 대하여 개인의 의견을 주장한다든지 업무 처리가 잘못되었을 때는 알게 모르게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다.

누가 그를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가?
누가 그를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가?

누가 그를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가? 누가 성실하면 꿈을 이룰 수가 있다고 말 하는가? 어느 보수적인 H교사는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꼭 이런 말을 덧붙인다. "나 때는 다 자수성가했어. 학업에 충실하고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일자리를 얻었지. 그렇지 않으면 노동일을 했어.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 다 자업자득이야. 다른 사람들 공부할 때 분명 놀았을 거야."

H교사의 말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H교사의 시대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대부분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급변하기 때문에 그렇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꿈을 쉽게 이룰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대 이후 능력주의를 신봉하며 경쟁과 성공 그리고 실패를 합리화 하였다. 삶은 행운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고통으로 얻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았다.

K와 H교사가 상생하고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K와 H교사가 상생하고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우리는 신(神)처럼 스스로 운명을 통제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재산, 권력, 명예를 당당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이다. 결국 세속적인 출세는 스스로의 몫이요 성공은 노력한 증표라는 공식이 완성된다.

만약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H교사는 운명의 주인공이요 K교사는 운명의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더 큰 문제는 능력과 성공만을 존중할수록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내가 이렇게 잘 사는 것은 다 내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면 그들의 실패 또한 전적으로 그들의 탓이 아니겠는가. 냉정히 생각해보자. 그들은 노력하지 않았으며 마냥 놀기만 했단 말인가?

바로 이 주장이 더불어 사는 삶과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은 당연한 결과이니 챙길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K와 H교사는 모두 운명을 사랑했으며 운명을 책임지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H교사만이 인생의 성공자요 K교사는 인생의 낙오자란 말은 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삶을 개인의 문제로 돌릴 것인가?

K와 H교사가 상생하고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런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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