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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동화] 울보대장의 대결

  • 입력 2021.03.09 11:16
  • 수정 2021.04.05 10:14
  • 기자명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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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대장의 대결

 

 

아아앙

지민이가 울어요.

울면 봐줄 줄 알아?”

성난 사자가 호통을 쳐요.

지민이는 더 크게 울어요.

아아아앙

뭐야, 뭐야?”

왜 그래?”

아이들이 몰려 들었어요.

성난 사자가 우렁차게 말했어요.

선생님! 김지민이가요, 유리 가방 뒤졌어요!”

아아아아앙

지민이 울음소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밖으로 퍼져나갔어요.

삽화_ 이지현(홍익대 3학년)

                                                                                                   1

유리는 가방을 매고 학원에 왔어요. 친구들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등에 맨 유치원 가방이 활짝 열려있어요. 스케치북이 보이고, 반짝이는 선물 포장지가 보여요.

가방이 하마 입이 됐네?”

유치원선생님한테 받았어요.”

유리는 가방을 내리고 포장지를 뜯었어요.

글라스데코예요.”

유리는 선물을 다시 가방에 넣었어요. 스케치북 때문에 가방이 잠기지 않았어요. 유리는 자랑스러운 가방을 책상 위에 그대로 놓아두었어요.

금방 철홍이가 왔어요. 유리는 자랑을 했어요.

너도 책 많이 읽어! 그럼 선생님한테 받을 수 있어!”

하지만 철홍이는 책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에요.
난 축구선수가 될 거야!”

철홍이는 오른발로 공을 잡고 있는 슛돌이 포즈를 했어요. 그리고는 뜬금없이 이러는 거예요.

내가 업어줄까?”

나도 너 업을 수 있어!”

유리도 씩씩하게 답합니다. 그래서 둘은 친구들이 오기 전에 업기 놀이를 시작했어요. 철홍이가 먼저 유리를 업고 교실 한 바퀴를 돌았어요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유리는 예쁘고, 착하고, 글자도 읽고 쓸 줄 압니다. 철홍이는 아직 모르는 글자도 있는데···똑똑한 유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엄마,아빠 다음으로 유리가 좋아요.

, 인제 내려줘!”

유리는 벌써 내려달라고 발을 굴렀어요. 철홍이는 아쉬웠지만 유리를 내려주었어요.

, 인제 니가 업혀?”

유리는 팔을 벌리고 등을 내밉니다.

, 왜 이렇게 무겁냐!”

철홍이는 유치원에서 키가 제일 큽니다.

그냥 안업어도 돼. 내가 너 또 업어줄게!”

철홍이는 유리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납니다.

아냐. 난 우리 언니도 업을 수 있어!”

힘을 모으고 유리는 드디어 걸음을 뗐어요. 철홍이는 유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유리가 힘들까 봐 얼른 내려오고 싶기도 해요. 이렇게 둘이서 힘자랑을 하고 있을 때 주호와 지민이가 학원으로 들어왔어요.

 

2

지민이가 교실로 들어서려고 할 때였어요. 저만치에서 뭔가 반짝였어요. 지민이는 책상 앞으로 다가갔어요. 열려있는 가방 사이로 반짝이 포장지가 빛나고 있었어요. 지민이가 가방에 손을 올리고 포장지 속을 들여다보려 할 때였어요. 갑자기 박철홍이 벼락같은 소리를 내질렀어요.

선생님! 김지민이가요! 유리 가방 뒤져요!”

지민이는 깜짝 놀랬어요. 뒤진 건 아닌데그냥 한 번 본 건데···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얼굴이 뜨거워졌어요. 철홍이 말을 들으니 나쁜 아이 가 된 것같았어요. 눈에 눈물이 고였어요.

울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말을 하라고!”

철홍이는 사나운 사자가 되어 으르렁거렸어요. 지민이는 무서워 대답할 수 없었어요.

아아앙

선생님! 김지민은 유리 가방 뒤져놓고, 울면 다예요?”

철홍이는 제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기 때문에 자신있게 선생님을 불렀어요.

아니야아……어어엉

뭐가 아니냐고, 아니면 말을 하라고?”

성난 사자는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낼 기세였어요.

어어엉

겁을 집어먹은 지민이는 성난 사자 앞에서 우는 것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왜 말을 못하냐고?”

틈을 주지 않고 성난 사자는 고함까지 질렀어요.

아아앙앙앙

지민이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어요. 깜짝 놀란 선생님이 달려오셨어요.

김지민! 김지민! 진정해! 김지민!”

지민이의 목구멍에서는 켁켁 소리가 났고, 콧구멍에서는 콧물이 흘러나왔어요. 선생님은 지민이를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셨어요. 그동안 선생님은 우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았어요. 빨리 울음을 그치게 하는 방법이 그나마 안아주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이 지민이 편만 든다고 뭐라 할 때도 있었지만 선생님도 달리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느새 지민이는 선생님 품에서 떨어져 나와 콧물을 들이키며 두 손으로 얼굴을 매만졌어요. 그리고 고개를 들다가 철홍이랑 눈이 딱 마주쳤어요.

어어엉

지민이의 눈에서 다시 닭똥같은 눈물이 굴러떨어졌어요.

철홍아! 저만큼 가 있을래?”

선생님은 철홍이를 지민이에게서 떨어뜨려 놓았어요. 곁에 있던 유리가 가방에서 화장지를 꺼내 지민이의 눈물을 닦아주었어요. 긴 속눈썹에 화장지가 끼지 않도록 가만가만 눈물을 닦아주었어요. 머리카락과 이마 사이에 송긋송긋 맺힌 땀도 닦아주었어요. 지민이의 울음은 잦아들고 있었어요.

철홍이는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을 말했는데, 지민이는 말을 안하고, 아기처럼 울기만 했어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지민이를 야단치기는 커녕 안아주고 달래주었어요. 게다가 유리까지 지금 지민이 옆에 찰싹 붙어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철홍이는 짜증이 나서 말했어요.

선생님, 지민이도 말로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 말 안할 거야!”

선생님이 옆에 있어서인지 이번에는 지민이도 말을 하였어요. 금방 철홍이에게서 얼굴을 돌려버렸지만 말이에요.

그건, 반칙이다!”

철홍이는 지민이를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그럼, 나도 화나니까 이제 말로 안하고 너 때려버릴 테다!”

철홍이는 곧바로 발차기 자세를 취했어요.

아아앙

자동으로 지민이의 울음이 다시 터졌어요.

 

3

그때였어요. 유리가 철홍이 앞을 가로막았어요.

네가 지민이를 의심하니까 지민이가 운 거야!”

유리는 또박또박 말했어요. 그 말은 지민이의 귀에 쏙 들어왔어요.

그으래, 으씸!”

지민이는 혀짧은 소리로 말했어요.

박철홍이 날 으씸하니까……아아앙

아까와는 다른 울음소리였어요.

으씸받으니까……으으으흐흐흐흑

지민이는 설움이 복받치는지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울었어요.

그럼, 아까 그렇게 말하지, 왜 유리가 말하니까 따라 하는 거야?”

철홍이도 물러서지 않았어요.

아아앙, 나 말 안해! 아빠한테 일를 거야!”

지민이는 훌쩍이며 철홍이에게서 등을 돌렸어요.

지민이 아빠, 경찰이다아!”

주호가 큰소리로 말했어요.

철홍이는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더 쩌렁쩌렁 외쳤어요.

이를테면 일러라. 나는 하나도 안무섭다!”

박철홍, 정말 싫어! 어어엉

선생님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으셨어요.

철홍아, 지민이는 가방을 뒤지지 않았대?”

맞아! 난 그냥 들여다 보기만 해써!”

지민이가 뒤를 이어 말하였어요.

이 따라쟁이! 왜 혼자는 말 못하고 따라하기만 하냐고?”

아아앙

김지민! 그만! !”

선생님이 지민이에게 엄하게 말했어요. 그리고 철홍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이렇게 말했어요.

철홍아, 왜 그렇게 성이 났니?”

철홍이는 입을 삐죽였어요. 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는 않았어요.

 

4

유리는 다시 지민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어요. 지민이가 유리 어깨에 얼굴을 살짝 기대었어요.

사겨라, 사겨라, 사겨라!”

구경만 하고 있던 주호랑 보람이가 손뼉을 쳤어요. 교실은 대번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지요. 지민이는 눈물 젖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씨익 웃어주었어요.

하지만 유리 표정이 굳어졌어요. 지민이가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쑥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지민이는 애들에게 다가가 분명하게 말했어요.

그만 해!”

지민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 박수가 멈췄어요. 지민이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말을 하니까 도깨비방망이처럼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아까는 억울했지만 철홍이가 성난 사자같아 대답할 수 없었어요. 말을 못하니까 울음이 터져나왔구요. 하지만 울고 나니까 이제 상쾌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지민이는 선생님을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선생님! 저한테 울지 말라고 하지 마세요. 다 울 때까지 기다려주면 그때 말할 거예요.”

선생님은 입을 다물지 못하였지만, 고개를 끄덕여 주었어요. 철홍이 혼자 저만치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울보대장 옆에 유리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있었어요.

나 결혼 안할 거야! 혼자 살 거야! 엉엉엉!”

철홍이가 비실비실 자리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을 때 교실은 조용해졌어요. 아이들이 철홍이 옆으로 슬며시 모여들었어요.

철홍이 우는 거 처음 본다!”

어째, 철홍이랑 지민이가 바뀐 것같다!”

아이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철홍이의 우는 얼굴을 들여다 보았어요.

아아앙

철홍이는 큰 소리로 울었어요. 생떼를 부리는 아기처럼 발까지 구르며 울었어요. 유리는 키득키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어요. 선생님이 !” 하며 입술에 손을 얹으셨거든요.

그때 지민이가 손에 화장지를 들고 나타났어요. 그리고 철홍이 곁으로 다가가 조심조심 눈물을 닦아주었어요.

아아앙앙앙

지민이가 눈물을 닦아줄수록 철홍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기만 했어요. 아이들은 철홍이와 지민이를 바라보며 깔깔깔 웃어댔어요.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한데 섞인 교실은 시끌벅적 요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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