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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여! 호기심 덩어리를 존중하라.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개학 첫날을 맞이할까?

  • 입력 2021.03.03 08:52
  • 수정 2021.03.06 04:34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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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종이 울릴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너무도 익숙한 그 벨소리를 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지만 때론 고통인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개학 첫날을 맞이할까?

학교여! 학생들의 호기심을 존중하라.
학교여! 학생들의 호기심을 존중하라.

공부에 중압감이 있는 A군에게는 교문을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철없이 놀기를 좋아하는 B군에게는 교실 문을 넘어서는 발걸음이 가벼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와 방학으로 인하여‘지식의 약발’이 많이 떨어졌으니 그들은 다시 익숙한 지식 익힘을 반복해야만 한다. 그래야, 미래의 꿈도 이룰 수 있겠지만 가깝게는 엄마, 아빠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기부터는 학생들에게‘지식의 효용성’만 안내하지 말자. 낯섦이 익숙함을 앞서는 세상에서 우린 또다시 아이들에게 익숙함의 극치인 지식만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부터 변해야 하고 교사부터 낯섦에 익숙해야 한다. 마치 부모가 아닌 고모나 이모에게서 익숙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은 호기심 덩어리다. 모든 것이 다 궁금한데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호기심이 급격히 줄어든다. 왜 그럴까? 모든 학생이 그곳에서 타율적인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은 익숙함만 넘쳐나고 낯섦은 자리를 감춘지가 오래다. 조회, 시간표, 청소, 수업, 타종소리, 점심, 자율학습, 심화학습, 종례 같은 해묵은 일상이 널려있을 뿐이다.

저는 익숙함이 없는 자유의 공간에서 설렘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는 익숙함이 없는 자유의 공간에서 설렘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학생들은 교과서만 봐도 마음이 무겁다. 아니, 칠판에 또박또박 쓰여 있는 학습목표만 봐도 속이 울렁거린다. 칠판과 교과서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러나 지금은 하고 싶지 않은 그일, 공부와 성적만을 떠올리게 한다.

그냥 있자니 A군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오고, B군의 노트에 글씨 쓰는 소리가 끝없이 들여오니 괜히 불안해진다.‘그러니 어서 책장을 넘겨야 하지 않겠니, 어서 노트에 필기를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질책하는 것만 같다.

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돌려주자. 동안 익숙함에 빠져서 잃어버린 호기심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혹여 교실이 여행지에서 잠깐 머무르는 호텔방이라면 어떨까?

깔끔하게 정돈된 순백의 시트에서 생각꾸러미를 하나 둘 꺼내어 새로운 생각을 조합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자. 익숙함의 흔적이 없는 자유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설렘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여행지의 호텔방은 언제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공간이다. 처음 들어설 때도 그렇고 마지막 나올 때에도 그렇다. 그곳은 집요하리만큼 익숙함을 지우는 마력의 공간이요, 재생의 공간이다. 그러기에 그곳에서는 언제나 삶을 초기화할 수 있다.

V군이 교실 문을 호텔 방처럼 들어선다. 선생님은 벨맨처럼 V군의 가방을 받아 들고 정중히 순결한 방으로 안내한다. 그러면 V군은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V군은 그곳에서 가방에 가득 들어있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이다.

공부는 주변에 자리한 익숙함의 허깨비들과 싸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주변에 자리한 익숙함의 허깨비들과 싸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학교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장소가 아니라 낯선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곳이 자신을 알아주기도 하고 받아들여지기까지 하기에 마음은 평온할 것이다. 그곳에서 벨맨의 도움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다가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며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공부는 주변에 자리한 익숙함의 허깨비들과 싸우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들에게 공부는 익숙함을 완벽한 익숙함으로 익히고 또 익히는 시간일 뿐이다.

혹여 A군과 B군과 V군이 확정적인 지식 익힘에서 벗어나 호텔방 같은 교실에서 다시 낯섦과 대화할 수만 있다면 그들은 앞으로 마주칠 삶의 블랙홀 속에서도 짜릿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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