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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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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의 산물이다
  • 김광호
  • 승인 2021.02.15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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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습관화된 나를 죽일 수 있을까?

김선우 시인의 '지옥에서 보낸 세 철'이라는 시를 읽어보자. "그렇습니까? 나는 있습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혹시 나는 나에 대한 습관 아닙니까?"

우린 습관화된 과거의 산물이다.
우린 습관화된 과거의 산물이다.

우린 과거의 나를 마음속에 간직하며 현재의 삶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인 나를 찾지 못한 채 과거의 기억과 습관에 의존한 나만이 지금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철학자 라베송은 '습관에 대하여'에서 습관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일단 형성된 후에는 습관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방식이다. <중략>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변화에 대한 존속하는 것이다."

X군은 J양을 우연히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다가 결혼을 했다. 첫 만남이 끝 이별까지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련과 고통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왜일까? 과거의 습관이 지금 작용했기 때문이다.

X군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했고, J양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돈에 얽매이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내며 사회에 나아갔다. 그들은 모두 성실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위에서 평가했다. 그런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났지만 첫 번째 시련이 기다렸다.

중급 호텔에 도착한 J양은 심한 짜증을 내며 예기치 못한 말을 했다. "여기서 자는 거야. 이게 호텔이라고 생각해." X군은 날카로운 비수에 찔린 듯 정신적 통증을 느꼈다. "그래 여기서 자는 거야. 호텔이 아니면 그럼 뭐야. 무엇이 문제야"

그렇게 첫 아픔을 경험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우린 습관화된 나를 죽일 수 있을까?
우린 습관화된 나를 죽일 수 있을까?

마침내 둘 사이에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지만 부모가 된 둘은 육아문제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X군이 다니는 회사는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귀가시간이 늦었고, J양 또한 야근이 많은 회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X군이 아내에게 육아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여보, 요즘 힘들지. 나도 많이 힘드네. 미안하지만 당신이 휴직하고 아이를 키우면 안 될까?" J양은 뜻밖의 남편의 말에 당황했다. "자기가 하면 되잖아. 자기, 내 꿈이 뭔지 몰라서 그래. 열심히 일해서 꼭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그런 나에게 휴직하라고. 자기가 해. 요즘 양성평등 시대잖아." 또 한 번의 폭풍우를 만난 X군과 J양은 정신적 멀미를 심하게 하며 위험한 항해를 계속 했다.

이쯤해서 비트겐슈타인을 초대해보자. 그는 '철학적 탐구'에서 " '나'라는 말은 무언가 불변하는 자아가 있다는 문법적 착각을 낳는다"고 말했다. 현실은 다양한 모습으로 매일 매일 다가오는데 우린 '나'라는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불변하는 '나'가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X군과 J양은 과거의 자아를 가슴에 간직한 채 자신만을 뜨겁게 사랑했을 뿐이다. 그들의 자의식은 과거 외부 대상과 접하며 생긴 습관의 산물임을 알아야한다. 그들은 과거의 나에 집착하다보니 현재의 나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X군과 J양은 삶의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그들은 현재에서 나를 찾아야한다. 그들은 현재에서 가족을 사랑해야한다. 과거의 '나'를 자양분으로 삼아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아픔과 미래의 고통에 맞서 싸울 수 있다.

나는 흐르는 물처럼 매일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나는 흐르는 물처럼 매일 매일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젠 김선우 시인이 말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나는 나에 대한 습관 아닙니까?" 그렇다. '나'라는 습관에 빠질 때, 우린 세상과 지혜롭게 만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세상과 제대로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그렇습니까?//나는 있습니까?//나는 무엇입니까?" 시를 낭송하는 김선우 시인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우린 습관화된 나를 죽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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