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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학교

과연 Y고등학교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그 마법을 풀 수 있을까?

  • 입력 2021.02.04 10:21
  • 수정 2021.02.05 07:12
  • 기자명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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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L교장은 J교사에게 천둥 같은 화를 냈다. 주위에 있는 교사들도 어느 정도 예측을 했지만 모두가 깜짝 놀랐다.

과연 Y고등학교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그 마법을 풀 수 있을까?
과연 Y고등학교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그 마법을 풀 수 있을까?

'뭐야, 대학입시결과가 이 따위이야. 부끄러워서 어떻게 살겠나. 학교의 전통에 먹칠을 해도 분수가 있지, 이젠 우리 학교도 명문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려야겠어'라며 버럭버럭 고함을 쳤다.

Y고등학교는 그 지역에서 명문 고등학교로 소문이 났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매년 많은 학생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누구나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을 졸업한 선배들이 여러 방면에서 고위직에 있기 때문이다.

Y고등학교는 매년 SKY대에 15명 그리고 기타 서울 권역 대학 및 전국에 있는 대학의 의대, 법대, 경영, 교육에 관련 학과에 50명 이상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그런데 올해의 입시 결과는 예전에 비하여 70%의 합격률을 보였다.

입시결과에 대하여 학생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왜 부모와 교사는 마치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좌불안석일까? 이른바 마법에 걸린 학교만 졸업하면 학생들이 명문대에 합격하고 고위직에 진출을 할 수 있다는 도그마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삶을 단언하고 확언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정말 명문대 출신과 고위직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삶의 승자이며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일까? 언제까지 그들만의 삶을 추앙할 것인가? 아직도 사회 곳곳은 학연으로 철옹성을 쌓고 있기에 사람사이의 불평등 지수가 높기만 하다.

마법에 걸린 기성세대여! 이젠 학생들에게 마법의 사과를 먹이지 말자. 그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게 사과를 골라서 먹을 수 있게 하자. 그래야만 다양성과 개성이 살아 숨 쉬는 학교와 직업이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다.

또 다시 L교장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이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지. 정말 졸업식장에서 학부형 얼굴을 어떻게 볼거야." L교장의 목소리만 허공을 갈랐다.

 

사람의 무늬를 마음에 새기는 것을 꼭 기억하렴.
사람의 무늬를 마음에 새기는 것을 꼭 기억하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렇게 또 학생들은 교정을 떠났고 마법에 걸린 교정만이 덩그렇게 남았다.

운동장 모퉁이에서 J교사는 M제자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동안 고생했네. 비록 명문대 입학은 실패했지만 좋은 어른은 될 수 있을 거야. 사람의 무늬를 마음에 새기는 것을 꼭 기억하렴. 잘 가."

그렇게 마법에 걸린 학교는 며칠간의 소란스러운 일상을 잊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과연 Y고등학교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그 마법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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