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찾습니다
이상인
1월은 맞는데
17일인가 20일인가 헷갈리네.
그때 눈이 소복이 내렸었지 22일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추억의 서랍에 꺼내 보기 쉽게
잘 보관해 두라고 했잖아
잘 챙겨둔다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세월을 정리하다가 쓰레기인 줄 알고
휴지통에 내버렸는지도 몰라
지금쯤 분리수거도 제대로 안 된 채
쓰레기 처리장에서 소각되었는지도
혹시 어딘가에 우리 추억의
바랜 책갈피로 꽂혀 있을지 모르니
묵은 살림살이 좀 잘 살펴보시지
버리기는 뭐하고, 입기엔 유행이 한참 지난
옛사랑의 호주머니에
천 원짜리 지폐처럼 구겨져 있을지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셔
언젠가는 숨어 있다가 슬그머니 나오겠지
이번에는 우선 21일로 해놓고 기념하게
내년 1월까지 다시 한 번 찾아보자고
뭔가 기미가 보일지도 모르니까
지금 생각났는데
그때 나와 둘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잖아
각자의 몸속에 너무 깊숙이 숨겨놔서
찾기 힘든지도 모르겠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시 당선, 2020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