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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달팽이 / 이상인

  • 입력 2020.10.28 16:25
  • 수정 2023.07.26 15:14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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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이상인

 

태어나면서부터 연한 혓바닥으로

세상의 밑바닥을 쓸고 닦았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린다고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태초부터 이어져 온

깊은 전언의 상형문자를

온몸으로 써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처음에서 너무 멀리 와버린 우리는

그 문자의 뜻을 까먹었거나

오랜 기억에서 스스로 지워버려서

바르게 읽고 해석할 수가 없다.

 

너와 나 사이

빼곡하게 채워진 호흡 같은 의미들

바람처럼 일깨워주듯이

우리는 일평생

자신의 맨 밑바닥을 쓸고 닦는

달팽이 하나씩 데리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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