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이상인
월산리 마을 회관 담벼락에
입술 붉게 칠하고 모여서
동네방네 시끄럽게 입방정 떨어 댄다.
이거도 좋은 한 때라 생각하는지
마을 어르신들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 이들이 지그시 웃음 짓는다.
그래 저물 무렵까진 잠시 잠깐이다.
그동안 할 말 못 할 말
신나게 조잘조잘 떠들어라.
온 동네가 떠나가게 나팔을 불어 젖혀라.
작가 소개 / 이상인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