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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새벽 기차 / 이상인

  • 입력 2020.10.28 16:25
  • 수정 2020.11.13 15:34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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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

이상인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마디를 짚으며

기차가 지나간다.

 

만날 수 없는 나와 내가 쭉 뻗어있고

그 위로 나는 늘 떠나가고 있었던 것

 

한때 나는 삶이

한곳에 머물다가 떠나는 것인 줄만 알았다.

혼자서 생각의 침목을 되짚어보며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인 줄 알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쳐 잠들었거나

깨어 골똘히 생각하는 이웃들과 함께

가끔 비켜나라고 빽 소리 지르며

정말 빠르게 나를 지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새벽의 끄트머리에서 깨달았다.

 

거실 소파와 가구와 집들이

나의 아픈 뼈마디를 짚어보며 빠르게

정말 빠르게 내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약력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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