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차
이상인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마디를 짚으며
기차가 지나간다.
만날 수 없는 나와 내가 쭉 뻗어있고
그 위로 나는 늘 떠나가고 있었던 것
한때 나는 삶이
한곳에 머물다가 떠나는 것인 줄만 알았다.
혼자서 생각의 침목을 되짚어보며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인 줄 알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쳐 잠들었거나
깨어 골똘히 생각하는 이웃들과 함께
가끔 비켜나라고 빽 소리 지르며
정말 빠르게 나를 지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새벽의 끄트머리에서 깨달았다.
거실 소파와 가구와 집들이
나의 아픈 뼈마디를 짚어보며 빠르게
정말 빠르게 내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 소개 / 이상인
- 약력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