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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푸른 시누대 / 이상인

  • 입력 2020.07.03 09:34
  • 수정 2020.11.13 15:32
  • 기자명 이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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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시누대
 

이상인

 

꼿꼿하게 무리지어 서 있는

그대들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가슴을 서늘하게 뚫고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난다.

 

먹물 같은 시대의 어둠을 가로질러

새벽의 찬 이마에 꽂혀

일순 파르르 떠는

빛나는 살들이 보인다.

 

언젠가 심중에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쑥쑥 키우는,

고뇌에 찬 기다림의 세월들

 

사락사락 당겨진 푸른 살들이

세상 한가운데로 무수히 날아가고

하나가 내 가슴 한복판에 곧게 꽂혀

꿈틀꿈틀 살아있게 한다.

 

이상인 약력
-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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