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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싫다던 아이

고통 받는 세상의 아이들

  • 입력 2020.05.29 13:10
  • 수정 2020.06.01 09:59
  • 기자명 장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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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배워야 할 7가지 욕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7가지 욕

그리움으로 남은 아이들

세상의 어린이를 위해 어른들이 알아야 할 辱

책 제목이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할 욕이라니! 그러나 내용은 어른들을 향한 부르짖음으로 가득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욕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사용하는 욕이 아닙니다.

이 책은 지구상의 아동들이 겪는 가슴 아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책입니다. 아동노동, 아동빈곤, 아동교육, 소년병, 아동학대, 아동산업, 아동음식 등 7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절규에 가까운 실화를 읽으며 마지막까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책입니다.

아동노동 현장에서 아이들이 하는 일들입니다. 붕괴 직전의 광산에서 중금속 채굴, 밀폐된 지하 작업실에서 신발 밑창 제작, 도망가지 못하도록 밧줄에 묶인 채 하는 직공 작업, 성병과 임신에 대한 대비 없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길거리에서 구걸하거나 관광기념품 판돈을 모두 관리자에게 상납하는 아이들의 실화가 생생한 증언으로 실려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초에 1명이 열 번째 생일도 맞지 못한 채 굶어 죽습니다. 저체중과 영양실조로 목숨을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1억 7천만 명이고요. 전투에 동원되는 18세 미만의 어린이는 전 세계적으로 30만 명에 이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10년 동안 전쟁으로 살해된 어린이들은 6백만 명, 전쟁고아는1백만 명, 난민 어린이는 1천만 명, 심각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 약 천만 명이며 지금도 매달 8백 명의 어린이들이 지뢰를 밟고 죽거나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고 있습니다. -83쪽

이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유니세프에 보고된 사실들이니 기록되거나 보고되지 못한 사건들까지 추론해 보면 얼마나 치욕스런 일들이 많을지 상상되고도 남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사고들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없습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아동 성폭력은 하루 평균 2.7건, 어린이 성폭행의 가해자 중 70% 이상이 어린이와 아는 관계로 가족이나 친지, 교사, 보육사, 시설 관계자, 동네사람 등 어린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89쪽

지금 이 순간에도 존중 받지 못한 채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 상의 아이들은 온 지구인들이 돌봐야 할 소중한 생명임을 자각하는 순간,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가득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알아야 할 욕(辱)이라 함은 치욕과 수치, 욕됨, 고생스러움으로 풀이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욕되게 하는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어린이들이 몰랐으면 하는 7가지 욕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자행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니.

여름방학이 싫다던 아이

이 책을 덮으며 부끄러운 고백을 합니다. 어느 해 여름방학을 하던 날, 우리 반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한 아이에게 담임으로서 사과를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러고 싶었습니다.

"00아, 선생님이 그동안 00이가 화내고 함부로 말하는 버릇을 고쳐준다면서 잔소리도 많이 하고 꾸지람도 많이 해서 정말 미안해. 2학기에는 선생님도 더 친절하도록 노력할게. 네 마음이 아팠을 것 같아. 힘들었지? 선생님도 네게 꾸지람 할 때마다 정말 괴로웠단다. 우리, 더 잘해 보자." 하면서 아이를 안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내려고 하는데 00이가 엎드린 채 일어나질 않더니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여름방학을 하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름방학 방과 후 교실에 내가 나오는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책도 읽고 연수를 받으니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했더니 실망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이미 미운 정이 들어 선생님의 잔소리나 충고가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나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깨달은 00이가 가여웠습니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친구들에게 성깔을 부리고 소리 지르고 까탈을 부려서 편한 날이 없게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만큼 마음이 아픈 아이였고 칭찬에 목말라 있던 아이였습니다.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자라난 가정환경에 있음을 유추해 보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부모나 가족들이, 선생님이 버릇을 고친다며 툭툭 내던지는 말투나 조롱 섞인 언어에서 받는 상처가 의외로 깊고 오래 간다는 걸 깨닫고 1학기를 마무리하는 날 나는 사과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 내 마음이 전달되자 그 아인 마음의 문을 여는 신호로 헤어지기 싫다며 눈물을 보였으니. 나도 다짐을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친절하자고, 같은 말이라도 감동 시킬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자고.

책이 주는 가르침은 늘 예상 밖으로 컸습니다. 가정에서 이미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어서 친구나 선생님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화내는 그 아이 마음은 이미 아프다는 신호라는 것을!

그해 2학기에는 00이를 따스한 아이로 만들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한 책입니다. '친구야, 사랑해!'라는 주제로 통합 교과 시간을 재구성하여 훈계나 질책이 아닌 실질적인 학습 활동을 하며 가랑비에 젖도록 감성 수업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행하여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교실을 만들 팁을 제공해 준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곧 배움을 전제로 함을 다시금 깨닫게 했으니. 나 자신부터 변하는 게 교육의 시작임을 이 책은 깨우쳐 주었습니다. 여름방학이 싫다고, 선생님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표현을 눈물로 내보인 00이가 코로나19 로 힘들었을 시간을 이기고 학교에 잘 다니기를 빌어봅니다.

입술에 전동기가 달린 것처럼 한시도 입을 가만히 놓아두지 못하고 쫑알대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부끄럽다며 입을 가리던 귀여운 꼬맹이가 보고 싶습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다부진 몸을 자랑하던 당당한 종아리는 폭염에도 통통 튀며 잘 뛰어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개념이 없어 여름방학을 하면 2학년 때 만나냐고 묻던 순진한 아이들이 보낸 스승의 날 편지에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00아, 땡볕보다 더 씩씩하게 코로나19를 이기고 있지? 너는 이 책에 나오는 서글픈 실화들을 영원히 모르고 자랐으면 좋겠구나. 아니, 우리 어른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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