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이상인
막 땅의 살가죽을 뚫고 나온
연둣빛 새싹들의 숨소리를 떠먹는다.
시도 없이 가슴 살랑이던 새소리
숨 턱턱 막히던 무더위를
후후 불어가며 연거푸 떠먹는다.
바늘처럼 따갑게 쏟아지던 소낙비
대책 없는 청개구리들의 울음소리
싱거운 반찬으로 두어 번 집어 먹는다.
잘 마른 가을마당 가
시간의 작대기로 탁탁 두들기는 이의
정성과 톡톡 튀어 달아나는
풍성한 웃음소리, 훌훌 들이 마신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서려는데
아쉬움처럼 바닥에 선명하게 내비치는
아직 다 떠먹지 못한 붉은 노을이여.
작가 소개 / 이상인
- 약력 1992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 시집 『해변주점』『연둣빛 치어들』『UFO 소나무』『툭, 건드려주었다』『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제5회 송순문학상 수상. 광양중마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