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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삶이 있는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손불서초 교실 공간혁신 이야기

  • 입력 2019.10.07 15:21
  • 기자명 손명아(손불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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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고 싶고, 머물고 싶어 하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다. 삶의 공간에서의 주인공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학교는 삶의 터전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공간혁신은 꼭 필요하다. 공간혁신이란 많은 예산을 들여 학교 시설을 현대화 하는 인테리어 개념은 아니다.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 단순 가구의 재배치만으로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다. 삭막한 학교 공간을 아이들의 공간, 행복한 교육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익숙한 환경 낯설게 보기

깨끗하고 정리가 잘된 공간은 마음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준다. 어떤 공간에서 보고 느끼며 머무는지에 따라 학생과 교사들의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마주보며 지나다니는 복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교체시기가 지난 1∼2년 전 아이들의 그림과 시화, 행사 사진, 사자성어, 세로 글의 장문의 글, 산수 화 등 액자들로 빼곡한 전시장이다.

 

그런데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저 액자들이 필요할까? 액자의 내용을 갱신해야 되는 줄은 알지만 번잡스럽고 갱신 요구도 없으니 그렇게 무덤덤하게 지내왔다. 원래 있던 자리에 박제되어 그다지 교육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최근의 산출물도 아닌 것이다. 익숙한 환경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변화로 불필요한 액자와 게시판을 제거되었다. 복도 벽면엔 넉넉한 여백이 보였고 한층 밝은 분위기가 났다.

교실 뒷면 게시판은 왜 있는 걸까? 우리는 스스로 질문했다. 교실의 게시판은 초등학교가 설립된 이래 쭉 그 자리에 변함없이 고정된 대표적인 교실 인테리어 중 하나이다. 초록색 바탕에 알루미늄 테두리, 직사각형 게시판은 학년 초가 되면 교실 환경 꾸미기와 청소로 대소동이 일어난다. 교실은 아이들의 삶의 공간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시와 치장의 공간이었다.

모든 교실에 획일적으로 비치된 보여주기 게시판이 필요할까? 게시판 제거에 대한 동료 선생님들과의 회의가 이어졌고 교실의 변화를 위한 첫 번째 필수단계로 게시판 제거가 이루어졌다. 그 날 이후, 선생님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교실 뒷면을 바라보며 수업을 하였다. 텅 빈 새하얀 교실 뒷면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학생들의 작품이 빼곡한 익숙한 모습의 게시판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선생님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존 가구들을 재배치하며 교실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학습 자료를 정리하고, 과다한 자료함은 제거하고 재비치하였다. 그리고 매트와 빈백, 직접 재단한 테이블, 그리고 푸른 식물을 들여놓았다. 교실이 학습의 공간에서 숨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교실 내, 복도 방향의 창가 선반은 먼지만 쌓여있는, 활용되지 않는 공간 중 하나다. 창가 벽면은 칠이 벗겨지거나 긁힌 흔적들이 많다. 6학년 선생님은 가장 먼저 이 공간을 살리고자 하였다. 학생들과 교실공간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결정해갔다. 학생들이 선택한 소재인 파벽돌을 벽면에 붙이고, 상판은 원목으로 덮어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감성이 충분한 ‘갬성존’ 공간이 구성되었다. 교실에서 외면 받던 창가가 단정하고 세련되게 변화되었다.

다음으로 교실 게시판을 떼어낸 벽면에 라주어 페인팅을 하였다. 처음 접하는 페인팅이라 선생님도 아이들도 서툴러했다. 칠하고 덧칠하고를 수차례 반복하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페인팅이라 의미가 컸다. 드디어 아늑함과 아름다운 예술의 공간, 아지트 같은 아이들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어떤 혁신도 혼자서는 어렵다

6학년 교실의 변화는 동료선생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간구성에 많은 예산을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관심만 있으면 가능하구나! 교실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6학년 교실 공간구성이 다른 교실로 확대되고 벤치마킹되었다. 그리고 욕심도 생겼다. 사물함 재배치만으로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다. 이에 예산적 지원이 절실했고 교감, 교장선생님께서는 든든한 서포터가 되어 주셨다.

“어떤 혁신도 혼자서는 어렵다.” 선생님들의 의욕과 관리자분들의 무조건적인 지지, 지원은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고 함평교육지원청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끌었다.

 

교실 공간구성은 교사의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학생들과 협의하며 실천해야만 비로소 이루어진다. 콘크리트 벽은 목재를 부착하여 푸근하게 하였고 투박한 가구는 주변과 어울리는 세련된 가구로 교체하고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소파와 벤치를 마련하고 놀고 쉴 수 있는 휴식공간도 꾸며놓았다. 세상에 없는 우리만의 특색 있는 교실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들은 변화된 공간에 기뻐하며 어느 학년의 교실이든 서로 공유하며 열린 공간으로 생각했다. 단순히 교육의 역할만을 하던 교실은 휴식공간, 문화공간, 상담공간, 놀이공간, 학습공간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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