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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공간혁신, 겪어가고 살아내며 삶 이야기를 더해갈 수 있길

영남초 운동장 공간혁신

  • 입력 2021.07.20 09:49
  • 기자명 박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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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역단위 공간혁신 프로젝트를 마쳤다. 공간을 마주하고, 사람을 만나며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더해 온 여정이었다.

공간혁신이 뭔지 궁금했던 아이들은 참여 디자인 과정 속에서 자신들이 생각한 게 완성되는 걸 보고 “우리가 생각한 게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라며 신기해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놀고 싶은지 드러내며 프로젝트 시작부터 시공 뒤 넘나들이 벽면 채색까지 공간 주권을 온 몸으로 겪어냈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존중과 협력의 가치, 학교민주주의를 경험한 과정이었다.

‘구령대를 없앤 자리보다는 운동장 다른 영역을 구성하는 게 좋겠다.’ ‘물이 고이면 물웅덩이에서 놀고, 시나브로 물이 빠지면서 생명을 키워내는 땅은? ‘다목적 트랙도 함께 만들 수 있다면......’ 생각을 더하고 보조 예산을 더해 공간혁신 프로젝트 ‘하늘꿈 놀이마루’와 ‘다목적 트랙’이 만들어졌다.

하늘 길이 열린 원형 공간과 미끄럼틀을 품은 물놀이장, 나무마루를 품은 미로 놀이터, 파형 동굴을 품은 잔디 언덕이 있는 ‘하늘꿈 놀이마루’는 오르락내리락 놀며 쉬는 곳이다. 다목적 트랙은 자전거, 인라인, 킥보드, RC카, 풋살과 같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곳이지만 물길 통나무다리와 잔디 정원이 있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산다. 축구장 중심의 운동장이 하늘 길, 바람 길, 물길을 품은 어머니의 대지가 되었다.

영역단위 구령대 공간혁신을 운동장 전체 공간혁신으로 변주한 공동체의 힘!, 우리는 그 힘이 생활 속 학생중심 교육문화, 존중과 협력의 공동체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삶 중심 교육과정과 삶을 위한 교육.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빛깔과 속도를 읽어내며 공간혁신에 대한 상상을 촉진해준 촉진자, 공동체의 바람을 분석하고 해석해 구체적 설계로 담아 준 설계자,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드러내고 촉진자가 아이들을 반응을 좀 더 잘 읽게 하려고 직접 워크숍을 진행하며 일상 수업에도 연결해 간 교사들, 그리고 시공사의 건설 과정을 챙기며 많은 행정 절차를 기꺼이 감내해준 실장님을 비롯한 행정지원팀, 모두가 학생을 중심에 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손잡고 걸어 온 소중한 사람들이다.

최저가 공개입찰과 시공사의 역량의 차이가 주는 어려움은 관급 공사의 여전한 과제다. 하지만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수고로 완성된 공간이라는 사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가 성장하며 역량을 키워간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련다.

통학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석에 끌린 듯 달려가 곳곳을 넘나드는 아이들을 본다. 장맛비에 가득 채워진 물길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도 예쁘지만 그 모습을 넉넉하게 바라보는 어른들도 아름답다. 우리 아이들이 이 공간을 겪어가고 살아내며 자신들의 삶 이야기를 더해갈 수 있길...

2020년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6학년은 완성되는 걸 보지 못한 채 졸업했다. 지금 6학년도 이 공간을 맘껏 누리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겠지만 아쉬움 속에서도 동생들이 잘 놀 수 있으니 다행이란다.

건축과 승효상 선생님은 ‘빈자의 미학’에서 ‘좋은 건축이 좋은 삶을 만든다.’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토지를 점거해야 하는 건축은 그 장소가 요구하는 특수한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기후와 지리 등의 자연적 조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일궈 낸 인문사회적 환경 속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고 알맞은 옷을 입을 때, 이는 그 장소에 적확한 건축이 된다.’고 했다. 또한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건축과 공간, 공간과 삶, 열림과 연장. 그 속에서 피어 날 삶의 이야기들.

휴일에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가족과 함께 놀기에 좋단다. 이 공간이 영남공동체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하나 둘 여러 빛깔 삶 이야기가 모여 마을교육공동체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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