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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는 아직 잘 모르는데 일단은 생태교육과정 만들어볼게요.”

죽곡초 김한결 교사, 학생 한 명 작은 학교에서 학급 생태교육과정을 만들다.

  • 입력 2021.05.03 10:28
  • 수정 2021.05.04 16:59
  • 기자명 박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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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곡초등학교(교장 나정란)에는 어떻게 보면 조금 유난인 선생님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하러 갈 때면 옆에서 페트병 비닐은 땠는지, 유리병 뚜껑은 분리했는지 살펴보며 함께합니다. 교실에서 안 보인다 싶으면 텃밭에서 학생과 뭔가를 열심히 쓰고 그리고 있습니다. 학생의 공책에는 빼곡하게 작물들에 대한 기록이 있고요. 학생과 영화를 보나 싶으면 어김없이 생태 다큐멘터리를 시청 중이고 학생의 표정은 볼만합니다.

아래는 김한결 교사의 일문일답입니다.

 

자기소개를 한다면.

이제 막 교직 경력 5년 차에 접어든 부족한 점이 많은 선생님입니다. 작년까지는 예술교육을 다양하게 하고 싶어서 책도 쓰고 예술 전반에 관한 교육과정을 운영했었는데 올해는 생태교육에 관심을 두게 되어 생태교육을 배우면서 동시에 학생에게 생태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생태라던가 환경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제가 분리수거를 할 때나, 페트병 음료를 구매하거나,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때마다 혼내더라고요. 괜히 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반박하고 싶어서 하나 둘 씩 생태 관련 자료를 찾다가 결국 내가 틀렸구나 싶어 조금이라도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은 결국 교사를 따라가더군요. 학생에게도 생태 감수성을 심어주고 싶어서 생태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생태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학급 목표 세웠습니다. ‘생태 안의 나, 우리 안의 생태.’라는 목표 아래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어린이’, ‘함께 바르게 행동하는 어린이’, ‘생태 안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이렇게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일단은 나를 알고 점점 자연까지 학생의 사고 영역이 넓어졌으면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내용이 정말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따로 시간을 내서 생태에 관련된 행사를 운영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교육과정을 최대한 재구성하여 시간을 확보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친해지고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 생태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지식적 내용, 행동하고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을 고루 배치했고요.

가장 쉬운 방법은 각 차시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한 소재들을 생태 관련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각 과목에서 생태 주제를 바탕으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생태 관련 내용으로 바꾸어 성취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많은 시간을 확보하여 생태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데 약 100차시 정도를 재구성한 것 같아요.

 

생태교육과정의 구체적인 활동들 몇 가지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체험학습으로 학교 앞의 대황강에 계절별로 내가 다양한 식물을 만나고 관찰합니다. 자연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놀이 활동도 하고요. 당연히 걸어서 오고 가는 길에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포함됩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과 연계하여 관찰한 내용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국어 시간에 경험한 내용을 시로 옮겨 적기도 합니다.

그리고 학교 특색활동으로 텃밭도 가꾸고 있습니다. 학생들 작물을 기를 뿐만 아니라 과학과 연계하여 식물의 한살이를 배우기도 하고, 수학과 연계하여 식물의 성장을 기록하여 그래프를 그리기도 합니다. 미술 시간에는 세밀화를 그리기도 하고 교과를 넘어 학생이 텃밭 활동을 하며 스스로 물을 주고 더 잘 기르는 방법들을 찾아보며 자기관리역량과 지식정보처리역량을 기릅니다.

학급에서 지구와 함께 사는 다양한 방법을 배우고 국어 시간과 연계하여 생태 관련 도서를 읽기도 하고 전교생에게 지구를 살리기 위한 제안하는 글을 쓰고 학생자치 시간에 발표하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게는 수학 시간에 큰 수를 배우면 쓰레기 폐기량을 직접 세보기도 하고, 도덕 시간에는 우리 학교 분리수거장에 가서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다시 올바르게 처리하기도 합니다. 사회시간에는 우리 지역의 공공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쓰레기들을 처리하는지 알아보기도 하고요. 거의 모든 교과, 많은 차시에 생태 관련 내용을 녹여냈어요.

 

생태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에게도 변화가 나타났나요?

생각보다 빠르게 아이들은 반응합니다. 쓰레기 처리방식에 민감해지고 플라스틱 칫솔과 같이 애매한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본인이 기르는 작물에 애착을 두고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쓰레기를 줍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선생님이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으면 왜 선생님은 텀블러를 쓰지 않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단순히 잔소리로 느끼는 것이 아닌 지구를 지키고 있다는 명백한 명분이 생겨 잘 실천합니다.

제 생각이지만 어른들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선생님도 생태교육을 해야 할까요? 생태교육을 시작하는 교사들에게 당부한다면?

저도 배워가는 과정이기에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꼭 생태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길게는 100년은 지구에서 살지도 모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꼭 필요합니다. 연구 결과마다 다르지만, 지금부터 모두가 노력하면 20년 뒤에 지구온난화에서 벗어난 낙원의 지구에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지구에서 살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생태교육이거든요. “왜 바꿀 수 있을 때 선생님은 알려주지 않으셨나요.”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생태교육을 한다고 장난처럼 다른 선생님들께 이야기하곤 하는데 정말로 그런 미래가 된다면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원망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혹시 생태교육을 시작할 때 개인적인 생각에는 꼭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지구의 심각성과 우리가 하는 잘못된 행동들과 실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지구의 모습을 설명해 주면 좋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태교육이 아이들에게 와 닿지 않는 잔소리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너는 이것도 잘못하고 있어, 이것도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아이들 반발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했을 때 지구를 지켰음을 칭찬해 준다면 아이들은 즐겁게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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